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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지은이), 김승철 (옮긴이)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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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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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바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32036366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0-07-26

책 소개

소설 『침묵』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 엔도 슈사쿠의 작품으로, 1959년 3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사히신문』 도쿄판 석간에 연재했던 신문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별, 직업, 나이와 관계없이 전 연령층에게 감동을 주었고, 주인공 가스통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목차

1. 나폴레옹의 후손
2. 주인공께서 등장하시다
3. 이 사람은 누구일까?
4. 외로운 사나이
5. 동양의 은자
6. 산야(山谷)의 밥
7. 함정
8. 믿음과 의심
9. 별이여 빛나라
10. 북쪽 지방으로
11. 지도
12. 어두운 늪
13. 백로

옮긴이 해설 · 일상 속의 초월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소개

엔도 슈사쿠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가톨릭 신자인 이모의 집에서 성장하였으며,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장학금으로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결핵으로 인해 2년 반 만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1955년에 발표한 《하얀 사람》(白ぃ人)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바다와 독약》으로 신쵸샤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고 일본의 대표적 문학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엔도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후, 유럽의 [신의 세계]를 경험한 [나]가 결국 동양의 [신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자전적 소설 《아덴까지》를 발표했는데, 그 6개월 뒤에 《백색인白い人》을 발표하였고, 또 6개월 뒤에 《황색인黃色い人》을 발표했다. 그리고 백색인으로 1955년 제3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다. 《아덴까지》의 작품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 역시 엔도가 유럽과 동양의 종교문화의 차이로부터 겪은 방황, 갈등의 요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1966년에 《침묵》(沈默)을 발표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96년 타계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종교소설과 통속소설의 차이를 무너뜨린 20세기 문학의 거장이자 일본의 국민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침묵》, 《예수의 생애》,《내가 버린 여자》, 《깊은 강》, 《사해 부근에서》, 《바다와 독약》, 《그리스도의 탄생》 등 다수가 있으며 1996년 9월 29일 서거. 東京 府中市 가톨릭 묘지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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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 (옮긴이)    정보 더보기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 난잔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기독교와 불교의 대화 및 문학 연구를 통해 아시아 신학 형성을 모색해 왔으며, 저서 『엔도 슈사쿠와 탐정소설』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국내 저서로 『무주와 방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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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꼭 말[馬]처럼 생겼잖아……’
말이 벌떡 일어서서 이쪽을 향해 걸어왔을 때, 이것이 도모에의 목구멍으로 울컥하면서 올라왔던 말이었다.
그리하여―
어두운 선창의 둥근 창에서 흘러들어 오는 흰색의 광선을 등으로 받으며, 온몸 가득히 기쁨을 드러내면서 다카모리에게 손을 내민 이 남자의 얼굴은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모를 정도로 햇빛에 그을렸고, 더육이 정말 말처럼 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만 긴 것이 아니라 코도 길었다. 그리고 잇몸을 슬쩍 드러내면서 씩 웃을 때 벌리는 큰 입까지…… 정말 말상도 보통 말상이 아니었다.
도모에도 젊은 아가씨인지라 자기 집으로 맞아들이는 프랑스 청년에 대해서 공상이랄까 꿈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것저것 남몰래 그려보곤 했다. 하물며 나폴레옹 황제의 후예라면 샤를 부아예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우아하게 잘생긴 얼굴에, 그러면서도 어딘가 늠름한 매력을 사정없이 발산하는 남자라면 좋겠다고 내심으로 바랐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정말 모든 점에서 꽝, 제로, 제로, 제로였다.


그 밝은 햇빛이 내리꽂히는 개 사육장 안에서 거적때기 위에 내버려진 나폴레옹의 시체를 보았을 때―
가스통은 갑자기 엔도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이다.개의 죽음과 살인 청부업자의 영상이 왜 겹쳐졌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개의 시체를 살인 청부업자가 이제 죽이려 하는 남자로 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움직일 줄 모르는 나폴레옹의 눈을 보면서 산야의 비 내리는 길에서 쿨룩거리던 그 불쌍한 청년을 떠올렸던 것일까?
사육장 안에 있던 개들의 울음소리. 머지않아 살해당할 이 동물들의 운명을 엔도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도 나폴레옹처럼 빳빳한 시체가 되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지 모른다.
가스통은 이러한 기분을 도모에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서투른 그의 일본어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바보가 아니야! ……바보가 아니라고. 저 사람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야.’
처음으로 도모에는 우리 인생에서 바보와 위대한 바보라는 두 가지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모든 사람을 믿으며, 비록 자기가 속고 배반을 당해도 그 신뢰와 애정의 등불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사람,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바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위대한 바보인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발산하는 작은 빛을 사람들의 인생에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비추는 위대한 바보이다. 도모에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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