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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039008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1-10-08
책 소개
목차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완두콩 깍지를 까는 일
잘하면 정원에서 점심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첫 맥주 한 모금
호주머니 속 작은 칼
스노글로브
일요일 저녁
아침 식사 때 읽는 조간신문
에스파드리유에 물이 배다
바닷가에서 책 읽기
아랍 가게의 로쿰
엉겁결에 초대받다
처음 하는 페탕크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의 휴대용 발전기 소리
우리 동네 수예점
멈춰 있는 정원
오디 따러 가다
가을 스웨터
집 안 가득 사과 냄새
애거사 크리스티의 어떤 소설
포르토 한 잔만 주세요
일요일 아침의 디저트 박스
일반 자전거와 사이클 자전거
영화관에서는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감기 치료 훈증 요법
바나나 스플릿
이동도서관
자동차 안에서 뉴스 듣기
몽파르나스역의 무빙워크
옛날 기차를 다시 타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하기
만화경 속으로 뛰어들기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차가운 이른 아침을 걸으며, 약간의 식탐도 부리며 먹는 크루아상. 겨울 아침은 당신 몸 안에서 크루아상이 되고, 당신은 크루아상의 오븐과 집과 쉴 곳이 된다. 서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딘다. 당신은 황금빛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푸른빛과 잿빛을, 그리고 사라져가는 장밋빛을 가로지른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당신은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샐러드 볼에 가득 담긴 콩 속에 손을 넣어본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둥근 완두콩들이 은은한 초록색 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손이 젖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연한 빛깔 행복이 침묵 속에서 한동안 이어진다. 이윽고 말 한마디가 톡 터져 나온다. “빵 사올 일만 남았네.” (「완두콩 깍지를 까는 일」)
중요한 것은 딱 한 모금이다. 두번째로 넘어가는 맥주는 점점 더 싱거워지고 평범해진다. 미적지근하고, 들쩍지근하고, 두서없이 질척거릴 뿐이다…… 사실 맥주 첫 모금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이미 모두 씌어 있다. 우리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는 데 이상적인 것은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맥주의 양이다. 이윽고 맥주를 들이켜면 숨소리가 바뀌고, 혀가 달싹대며, 그것들에 비길 만한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즉각적인 행복감이 찾아든다. 무한을 향해 기쁨이 열리는, 거짓말 같은 느낌…… 동시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최고의 기쁨을 벌써 맛보아버렸다는 것을……
이제 맥주를 마시면 마실수록 기쁨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이것은 씁쓸한 행복이다. 우리는 첫 모금을 잊기 위해 계속 마신다. (「첫 맥주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