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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1421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모면
내일의 징후
축문祝文
환기의 계절
치유정원에서
계절이 바뀌는 곳
반 뗀 라 지?
가족의 일생
긴 하루
그래도 되는 사이
해설 | 계절이 계절에게 · 김미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편이 내 팔을 잡아떼면서 다시 옷가지를 추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남편에게 소리쳤다.
“나갈 거면 차 키고 지갑이고 다 놓고 가! 지금 입은 옷 그대로 나가! 아니, 팬티 한 장도 남김없이 다 내놓고 맨몸뚱이만 나가라고!”
나의 어깃장이 무의미한 고함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았다. 남편은 이미 이 집에서, 나에게서 떠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떤 예고나 증후도 없이 그냥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져야 하는가. 관계라는 것이 일방적인 통보 한마디로 중단될 수 있는가.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이 가정에서 저 가정으로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인가. 「환기의 계절」
이별의 이유를 모르는 것보다 이별의 기억을 안고 사는 것이 더 괴롭다는 걸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석우가 떠난 이유보다 석우가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들었다. 석우 없는 일상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몰라 허둥댔다. 그러나 결국 석우 없이도 거뜬히 살아가야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치유정원에서」
두연은 지은을 빤히 쳐다봤다. 이제 와서 이렇게 내쫓길 순 없다. 하지만 그냥 있을 수도 없었다. 두연은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바라던 돈이었다. 이 돈이면 아이를 지울 수도, 노래방에서 원 없이 노래를 부를 수도, 심지어 엄마의 나라로 갈 수도 있었다. 여기를 떠나 고모와 서병식, 서지혁이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 노래 학원에 다닐 수도 있고, 그러면 정말 가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를 위해서 가란 말이야.” 「반 뗀 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