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015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3-09-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주나
2부 영
3부 백희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조는 엄마의 가냘픈 몸을 망토 위에 올려 놓은 뒤, 상반신에 쌓인 진흙을 긁어냈다. 모유로 가득 찬 큰 가슴이 깡마른 몸과 대비됐다. 자매들은 엄마와 자신들의 몸을 비교했다. 엄마의 목 아래 모든 기관은 온전했다. 하지만 머리는? 머리는 어디에 있지?
어리둥절한 언니들과 달리 다운은 젖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먹은 모유에선 흙 맛이 났다. 예상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운도 언니들처럼 멍해졌다.
혹시, 머리가 있어야 맛있나?
—「프롤로그」
주나는 외신 기사를 통해 백희를 처음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발굴지는 올드 크로건맨이 발견된 미스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킬데어주의 한 이탄지였다. 어느 늦은 일요일 아침, 토탄을 캐 연료로 쓰려던 농장주가 땅 깊숙한 곳에 묻힌 백희의 머리를 지상으로 끌어 올렸다.
—「보그랜드」
산신동자를 모시는 무당의 말에 따르면 주나는 죽은 아기 오빠들에게 귀중한 것을 빼앗기고 앞으로도 빼앗길 팔자였다. 그것이 운이든 재물이든 상관없이.
“그래도 무슨 방법이든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주나 엄마는 해줄 게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무당의 손을 붙들었다. 무당은 마지못해 부적 하나를 써주면서 얼마 안 되는 복이라도 잡으려면 딸의 얼굴에 있는 흉점을 모두 없애라고 조언을 덧붙였다.
주나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홀로 상경한 남편을 떠올렸다. 전주 토박이로, 어릴 적부터 점이 너무 많아 점박이라 불리던 남자였다.
‘어쩌다가 내가 그런 놈을 만나서. 어쩌자고 내가 그런 잠만 많은 새끼를……’
—「꼿꼿이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