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042817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5-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현재를 기다린다
재떨이, 대지의 이미지
5분짜리 추억 두 컷
호박꽃등
대학 시절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현재를 기다린다
카테리나의 추억
세속에서의 명상
액땜으로서의 말
낙엽 그리고 도시의 우울
빵을 가지러 가는 네 손을 낮추어라
신은 자라고 있다―가이아 명상
내 인생의 책들
2부 추락이여, 안녕
나무 예찬
몸에 대하여
바람과 춤―탄력과 가동성
춤, 불타는 숨―이사도라 덩컨의 자서전에 부쳐
추락이여, 안녕
사과 이야기―미적 가치에 대한 단상
평화와 천진성의 세계―장욱진의 그림
새벽의 메아리
아름다움에 대하여
3부 빛-언어 깃-언어
시란 무엇인가
박명의 시학
시, 가치의 샘 영혼의 강장제
마음의 무한―시가 꿈꾸는 것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메아리의 시학―로르카 읽기
숨 막히는 진정성의 시―바예호 읽기
인공 자연으로서의 시―네루다 읽기
큰 화육(化肉), 위대한 동화(同化)―다시 네루다 읽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건드리기만 하면 과거의 앙금은 언제나 그 가라앉은 상태로부터 피어오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을 뜨고 있는 과거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러나 과거의 앙금은 ‘피어’ 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꽃처럼 피어나는 과거, 왜 과거가 꽃처럼 피어나는가. 내가 지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가 피어나기를 내가 바라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새날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하여 현재가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나는 내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를 기다린다. 나는 현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를 기다린다」
마음이 무거울 때 나를 그 무거움에서 헤어나게 하는 것은 자연과 시이다. 봄비나 여름비와 달리 겨울비가 음산한 까닭은, 추운 데다가 낙목(落木)을 비롯해 모든 게 회색이기 때문일 터인데, 날이 개고 해가 나면서 반짝이기 시작하는 그 물방울의 빛을 보면서 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 빛의 이쪽으로의 전도(傳導)가 그야말로 육체적이라고 할 만큼 직접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빛에 대해서 (가령 여러 종교가 말하듯이) 추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해봤자 그 물방울이라는 빛 전도체에 비하면 아무 효과도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물방울-빛과 경쟁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시적 이미지뿐일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하여」
시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말해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체험과 기억의 내용을 상상 속에서 신화적인 것으로 연금(練金)해내는 것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시로 노래하기 전에는 그런 줄 몰랐던 사물의 가치가 시를 통해서 떠오르고 피어난다는 점에서 시는 가치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신화적인 것으로 편입됨을 뜻하며 시의 그러한 창조적 동력의 원천은 시인의 생리인 꿈꾸기이다.
―「시, 가치의 샘 영혼의 강장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