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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2404745
· 쪽수 : 338쪽
· 출판일 : 2018-01-25
책 소개
목차
이상한 물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호수
틈새
오필리아의 경우
셋째 날에는 머리 고기 차례다
뷔페
모래시계
갈증
성
주
해설 - 느릿느릿 서글픈 변방의 유년 시절
판본 소개
테레지아 모라 연보
책속에서
들판지기 켈레멘은 음식점에서 하모니카를 분다. 아버지는 벌써 연금 석 달 치를 잃어버렸다. 나를 빼놓고 이곳에는 모두 남자들뿐이다. 내가 페피타 옷을 입고 들어갔을 때 이미 모두 취해 있다. 플로리안이 거기에 있다. 그는 우리 아버지를 무서워하면서도 켈레멘에게 폴카를 불어 달라고 했고 우리는 입구 앞 사각형 모양의 빈자리에서 춤을 춘다. 아버지는 카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동생은 켈레멘 옆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 째진 눈은 과일주 때문에 새빨개졌고 얼굴은 석회처럼, 거미줄처럼 하얗게 되었고 머리카락은 노랗다. 나는 플로리안과 폴카를 춘다. 조심해, 걔 집시야, 라고 동생이 말한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내가 말하는데, 바닥은 먼지투성이이고 먼지도 우리 발밑에서 뛴다. 누나는 창녀가 될 거야, 라고 동생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내가 말하고는 플로리안과 다리를 걸고 빙빙 돈다. 폴카는 내가 좋아하는 춤이다. -
물은 나를 마을과 소음과 거리를 두게 했다. 남자아이들이 사라졌다. 소리들이 위로 사라졌다. 여기는 완전히 깜깜하고 조용하다. 검은 바탕에 은색 글씨들. 집들도 동물들도 없다. 나는 여기에 혼자 있다. 아침 일찍, 그리고 저녁 늦게. 물은 내 바로 옆에, 내 몸 옆에, 내 확성기의 진동판 옆에 있다. 나는 가라앉는다. 나는 떠 있다. 오필리아.
그곳은 바람이 심한 일터였다. 가장 높은 곳. 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는 곳. 얇은 냅킨이 냅킨꽂이에서 펄럭거리는 곳. 유리 틀 안에 끼워 넣은 가격표가 찍찍 소리를 내는 곳. 나는 할머니들처럼 복대를 두르고 있어야 했다. 나는 그게 창피했다. 그걸 두르고 있으면 외모에 도무지 신경을 안 쓴다거나 손님에게 내가 고장의 전통 관습을 따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나는 뷔페에서 하는 내 일을 소중히 생각한다. 손님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또 환영한다는 뜻으로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대기 줄의 손님들이 계속 안으로 들어오고 바람 또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