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404967
· 쪽수 : 576쪽
· 출판일 : 2020-10-30
책 소개
목차
갈라테아 2.2 • 9
용어 해설 • 536
주 • 541
해설 포스트휴먼 시대의 외로움 • 547
판본 소개 • 563
리처드 파워스 연보 • 565
리뷰
책속에서
네트워크는, 엄밀히 말하자면 프로그램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네트워크는 학습으로 만들어진 거였다. 반복된 입력과 확실한 피드백으로 연상이 생기고 네트워크에 새겨졌다. 이 내용을 읽음으로써 내 머릿속에도 연상이 남았다. 그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연구실에 앉아 똑같은 5분짜리 모차르트를 텅 빈 건물에 반복해서 들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줄지어 선 기계들에게.
이 렌츠라는 인물은 분명 산더미 같은 장비 어딘가에 신경 네트워크를 심어 두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훈련받는 네트워크를. 반복해서 들은 뒤에 그 단순한 관악기 소리가 어떻게 영혼을 자극하는 가변적 신호 가중치를 가감하는지 알려 줄 네트워크를.
나한테 나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하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저 이 비슷한 말을 하려고 해도 기계가 알아야 할 게 뭔지 생각해 보세요. ‘행복하다’를 알아야죠. ‘행복하다’가 좋은 거라는 것도 알아야 하고요. ‘행복하다’가 사람들에게 있고 없는 상태라는 것도. 내가 사람이라는 것. 질문이라는 게 뭔지도, 질문은 사람들이 ‘묻는’ 거라는 것도. 질문 형태의 구문을 서술문으로 변환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그리고 서술문으로 탐색해 적절한 질문을 찾을 수도 있어야지요. 좋아요. 어쩌면 아는 게 아닐지도 모르죠. 질문으로 만들어 내는 모든 걸 이해하는 게 아닐지도…….”
“형제와 자매가 난 없다.” 하루는 내가 H에게 거짓말을 했다. 학습 목적으로. “하지만 그 남자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다. 남자는 누구지?”
이 수수께끼는 여러 가지를 테스트했다. 가족 관계. 지시 형용사. 구식 도치. 세대 소유격. 아무런 의미 없는 ‘하지만’으로 만든 미세한 논리적 오류. H의 지능 나이를 가진 아이라면 절대로 답을 알아내지 못했을 거다. 그렇지만 H는 『넌 할 수 있어, 꼬마 기관차』를 읽으면서 언제 기차 소리를 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천재 백치인 H는 정상적으로 성장한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그처럼 부적절하면서 위험한 성장률 조합은 보기 힘들 거다.
H는 단숨에 수수께끼를 풀었다. “당신의 아들이죠”라고 답했다. 그 남자는 당신의 아들이다. H는 거의 기적적으로 대명사의 도약을 해냈다. 내가 “나의”라고 말하자 H는 “당신”과 “당신의”를 생각해 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엄청난 반대로의 도약, 나의 “당신”을 자신의 기적 같은 “나”로 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