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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08816
· 쪽수 : 640쪽
· 출판일 : 2009-06-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816년
제1부 초대의 징표
제1장 ~ 제11장
간주곡 1818년 여름
간주곡 1821년 2월
제2부 1822년 여름 파리
제12장 ~ 제27장
에필로그 1851년 완함
옮긴이의 말: 바이런, 셸리, 키츠 그리고 그들의 핏빛 뮤즈
리뷰
책속에서
괴물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괴물이 숨을 쉴 때마다 음이 변하는 으르렁거림은 이제 멀리서 계곡 가득 울리는 오케스트라 소리같이 들렸다. 저 괴물이 〈노래〉를 하고 있는 건가? 크로퍼드는 자기도 모르게 주요 선율을 따라 하고 있었고, 그 비극적인 장엄함에 숨이 막혔다. 가사가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솟아나고 오팔의 깊이만큼이나 복잡한 언어의 태피스트리가 펄럭거렸다. 이는 태양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각력 있는 행성들이 작곡한 태곳적의 행진곡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셸리는 바이런의 궁전에서 보았던 여자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은 뭘 쓰고 계신가요?」 셸리가 물었다.
바이런이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는 고개를 흔들었지만, 셸리는 바이런이 억지로 웃는다고 느꼈다. 「아니요, 아니요, 병은 재발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제까지 중의 최고작을 쓰는 〈중〉입니다. 일종의…… 서사시로, 〈돈 후안〉이란 제목입니다만, 이 작품의 훌륭함은 제 역량이지, 절대로 무슨…… 무슨 〈뱀파이어〉 덕분이 아닙니다.」 바이런은 마치 자신의 진실을 증명하려는 듯이, 말하면서 셸리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셸리가 입을 열었다. 「아, 전 당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쨌거나 아마도 〈당신〉이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제〉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바이런이 말을 가로챘다. 여전히 웃음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마이클.」 별 그림 속의 여인이 말했다.
크로퍼드는 무력하게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주 같은 피부 위로 화상 자국들이 보였다. 끔찍하게도 라미아의 기괴한 눈에는 아직도 사랑이 빛나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도 계속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크로퍼드는 생각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어요. 전 오늘 죽어요. 최소한 제가 셸리에게로 가는 동안 죽게 해줘요. 가다가 죽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에요.」 라미아가 말했다.
라미아는 줄어들면서 부예지는 눈으로 크로퍼드에게 사랑과 고통에 가득 찬 시선을 마지막으로 보냈고, 그 뒤 별 그림 중앙에는 작은 석상만이 남아 있었다. 바람이 잦고 나자, 해변에는 크로퍼드와 조세핀뿐이었고, 조세핀은 크로퍼드가 그녀를 던져 버린 곳에 앉아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크로퍼드는 세상과 격리된 채 기분 나쁘게 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여자들을 이리저리 버렸구나. 크로퍼드는 몸을 굽혀 작은 상을 주우며 생각했다. 그는 팔을 뒤로 뺐다가 최대한 멀리 휘둘러 스페치아 만으로 석상을 던졌다. 상은 천천히 돌며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는 듯이 보였지만 마침내 속도를 내며 떨어졌고 짧고 조그만 물보라를 튀긴 뒤 사라졌다.
마치 거대한 규모의 음악이 거의 음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우주의 오르간에서 뻗어 나오는 것처럼, 사방의 뜨거운 공기가 몇 킬로에 걸쳐 흔들리는 듯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