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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2912646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0-11-30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장 도둑
제2장 성물 도둑
제3장 스웨덴 기사
마지막 장 이름 없는 남자
레오 페루츠와 『스웨덴 기사』에 대하여 (엠마뉘엘 카레르)
역자 해설: 두 운명의 교차를 통해 완성되는 진정한 정체성
레오 페루츠 연보
리뷰
책속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웨덴 군대에서 열심히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던 그 시기에, 또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던 그 시기에, 아버지는 어떻게 그리도 자주 한밤중에 내 방을 찾아와 창문을 두드릴 수 있었을까? 만약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면, 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을까? 그것은 내 평생 풀리지 않는 어둡고 슬픈 미스터리로 남았다.
무척 위험한 여정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용기병들한테 붙잡히면 사거리마다 선 어느 교수대에서 즉각 처형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운명은 늘 가혹하게도 굶어 죽는 것과 교수대에 오르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바야흐로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날마다 빵 한 조각과 따뜻한 잠자리를 얻는 대신 자유를 포기하려는 순간, 도둑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으로 나가 죽음과 마지막 사투를 벌여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쳐라, 쳐!〉 도둑은 이를 악물고 쇳소리를 냈다. 〈내 비록 고귀한 귀족의 피는 타고나지 못했지만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는 아니야. 쳐라, 쳐! 내 비록 천민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돈과 마차와 말을 빼앗지는 않아. 쳐라, 쳐! 귀족이라며 뽐내던 콧수염 남자는 대장의 검을 보고 꽁무니를 내뺐고, 토르네펠트는 전쟁에 참가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손가락이 동상에 걸릴까 봐 겁을 먹지. 쳐라, 쳐! 나는 그런 자들과 달라.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귀족이 될 거야!〉
거의 혼미해진 도둑의 머릿속에서 엄청난 생각들이 소용돌이쳤다. 그는 자신이 떠돌이 도둑이 아니라 진짜 귀족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 하인들의 기강을 바로잡고 장원을 되살리겠다고 결심했다. 이 장원에 있는 모든 것, 아가씨를 비롯해 저택과 농장과 경작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나는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만 살았어.」 도둑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제는 신사들의 식탁에 앉을 때야.」 살을 찢는 고통 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갈수록 강해졌다. 몽둥이가 그의 등을 내리칠 때마다 결심이 마음속에 더 깊이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