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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291271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05-10
책 소개
목차
심판의 날의 거장
역자 해설: 현실과 환상의 교차 속에서 창조되는 예술
레오 페루츠 연보
리뷰
책속에서
이 믿기지 않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사건은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즉 닷새를 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벌어졌다. 모험과 같은 추적 과정, 보이지 않는 적을 쫓은 여정이 닷새간 지속된 것이다. 적(敵)은 육신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수 세기에 걸친 과거의 무시무시한 망령이었다. 우리는 핏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뒤따라갔다. 말없이 시간의 문이 열렸다. 우리 중 누구도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감하지 못했다.
공포가 뭔지 안다고 주장하려는 겁니까, 남작님? 오늘 이후로는 그럴지도요. 하지만 당신이 그 전까지 경험해 온 공포는 수천 년 전 우리 안에서 사라져 버린 감정의 미약한 반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공포, 진짜 공포, 그러니까 모닥불 빛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 구름 속에서 맹렬하게 번개가 내리칠 때, 늪에서 태곳적 공룡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릴 때 원시인을 사로잡았던 공포, 고독한 피조물의 원시적 불안…… 살아 있는 인간인 우리 중 누구도 그 공포를 알지 못합니다. 누구도 그 공포를 견뎌 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경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수천 년 동안 마비된 상태로요. 그 신경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습니다. 우리는 잠자고 있는 이 무서운 녀석을 뇌 속에 가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