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2919898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9-11-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이 남자는 그녀가 평소 만나던 사람들과 달라 보였다. 아마 보헤미안이겠지, 그래 보여,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눈에 생기가 있었으며 에너지가 넘치고 영리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 육중하고 투박한 몸이 잘 만들어진 세련된 양복을 걸친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남자는 천성에 딱 맞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그것을 확신했다.
「우리 아들 망토를 빌린다고? 왜 안 되겠어. 다만 당신이 입기에는 망토가 너무 형편없을 텐데. 우리 아들은 최근에 입대하기 전에는 더는 그 망토를 입고 길거리로 나가려 들질 않았거든요. 기다려 봐요. 바로 찾아서 드릴게.」
포마이슬 부인이 옆방으로 사라졌다가 얼마 후 망토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 여기, 믹슈 씨. 나프탈렌 냄새가 좀 진동하네요.」
「상관없어요. 그냥 주세요.」 뎀바가 말했다. 「이런 망토는 실용적인 물건이죠. 그냥 두르고 앞에서 단추를 채우면 되니까요. 악마가 발명한 이 끔찍한 싸개에 팔을 끼워 넣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무슨 싸개요?」
「소매 말이에요. 저는 소매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덧창 좀 열어 줘요, 믹슈.」
「그만!」 뎀바가 소리쳤다. 「왜 스스로 전혀 모르는 일들을, 전혀 생각하고 느낄 수 없는 일들을 말하는 거죠? 당신이 하는 말들은 죽은 채 세상으로 나오고, 당신의 입을 벗어나자마자 벌써 썩은 동물 시체처럼 악취를 풍겨요.」
「제정신인가요? 이리 소란을 피우다니! 길 한복판에서요. 그래요, 결국 그에게 정보를 줬어요. 이렇게 말했죠. 아시겠지만, 백작님, 말리지는 않을 거예요. 저도 샀거든요. 하지만 불확실한 일에 뛰어드는 셈이었죠. 만일 제가…….」
「뭐라고요? 불확실한 일에 뛰어든다고요? 아주 좋아요! 훌륭해요. 분명히 전에 한번 불확실한 일에 뛰어드신 적이 있겠죠, 안 그래요?」 - 본문 110쪽
현기증이 일었고 귓속에서는 이 소리가 째지듯 울렸어. 자유! 자유! 자유! 자유, 이 한 가지 소망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단 하루만 더 자유를, 단 열두 시간만 더 자유를! 열두 시간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