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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2912707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1-02-25
책 소개
목차
공포로의 여행
역자 해설: 벨벳을 두른 유인원
에릭 앰블러 연보
리뷰
책속에서
증기선 〈세스트리 레반테〉호는 부둣가 위로 우뚝 솟아 있었고, 작은 차랑갑판마저 흑해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온 축축한 진눈깨비에 흠뻑 적어 있었다.
「당신이 말하는 것들에 제가 관심이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레이엄 씨? 제가 관심 있는 건 당신의 몸뚱어리입니다. 살아 있는 채로요. 터키 공화국에는 그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거기에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한, 저는 그 몸뚱이가 살아 있게 할 겁니다. 유럽은 전쟁 중입니다. 그걸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레이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령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일주일 조금 더 전에, 당신이 아직 갈리폴리에 있을 때, 우리, 그러니까 제 휘하 스파이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곳에서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었습니다. 그 음모는 아주 서투르고 미숙했지요. 당신을 납치해 칼로 찔러 죽일 계획이었지요. 다행히, 우리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찜찜한 부분이 보이면, 우리는 절대 멜로드라마처럼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체포된 자들을 설득해 그자들이 소피아에서 독일 스파이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레이엄 씨? 당신의 뛰어난 두뇌가 제가 전달하려는 바를 잘 이해하신 겁니까?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합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드물지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즉 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그런 때면, 그레이엄은 자신이 침대에서 자연사할 거라고 늘 재차 확신하곤 했다. 물론 사고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운 운전자였고, 겁이 많은 보행자였으며, 수영을 잘했다. 승마나 등반은 하지 않았고, 현기증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큰 동물을 사냥하지도 않았으며, 다가오는 기차 앞으로 뛰어들고 싶단 생각은 아주 잠깐도 해본 적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그는 자신이 자연사할 것이란 확신이 영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여겼다. 세상의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바란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서둘러 신경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바랄 뿐 아니라 일부러 죽이려고 시도까지 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은 그는, a2이 더는 b2+c2이 아니라는 반박 불가능한 증거를 본 것처럼, 또는 그의 아내에게 연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깊은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