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8150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7-02-25
책 소개
목차
제1장 하나의 저주에 대하여, 납으로 만든 시계추에 대하여,
그리고 내몰리는 한 가족에 대하여 말해 보자
폴란드의 옛 동화라고 하지만 결코 동화가 아니라
사실이었으니까……
제2장 작은 꼬마를 진주조개로 만드는 방법
제3장 추운 폴란드에서는 연못이 녹은 다음 미끼를 던진다
사랑에서도 미끼를 던지기 전에 여자의 마음부터
녹여야 한다
제4장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제5장 살롱의 난쟁이를 교육하는 방법
살롱의 난쟁이를 두 토막 내는 방법
제6장 주주, 산 채로 불에 타 죽을 뻔하다
그리고 왕비나 난쟁이나 같은 인간임을 알다
제7장 주주, 타오르는 덤불숲을 발견하다
그리고 교수대에 올라 목에 줄을 걸다
제8장 주주, 평범한 결혼한 남자가 되다
제9장 주주, 심장을 강보에 싸 요람에 두고 오다
제10장 주주, 알록달록한 어릿광대의 도시에 들어서다
제11장 주주, 날카로운 엄니를 가진 야수를 길들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다
제12장 주주, 대혁명의 수레바퀴에 치여 쓰러지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재단사는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둣방 주인도 모자점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장갑 만드는 사람이었다. 모두들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씩 재고 또 쟀다. 아홉 살의 유제프 보루브와스키, 푸른 눈과 금발의 곱슬머리를 한 이 아이의 키는 50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이 정도의 키라면 평균 잡아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발뒤꿈치에서 정수리까지 50센티미터. 그러나 머리 둘레, 가슴과 엉덩이, 두 팔과 다리, 손과 발 등, 모든 신체 부위가 이 키에 맞는 정확한 비율을 갖고 있었다. 이제 막 영주 부인의 보살핌을 받게 된 이 아이는, 시장 바닥의 떠돌이 극단에서 볼 수 있는 어울리지 않게 큰 머리와 안짱다리에 작은 발을 가진 난쟁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인간 미니어처로군요. 완벽한 축소판이야.」 그림을 그려 달라는 주문을 받고 달려온 화가가 목탄을 손에 쥔 채 아이의 놀라운 신체 비례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 말이다.
「성인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네요.」 모든 의학 도구와 지식을 총동원해 아이를 진찰한 의사가 한 말이다.
「소인국 릴리펏 사람이군요.」 카오를리스 부인에게 책을 읽어 주는 하인이 한 말이다. 부인은 데퐁텐 신부가 번역한 조너선 스위프트 씨의 『걸리버 여행기』를 이제 막 읽은 참이었다.
「기적이 나타난 것입니다.」 성당 주임 신부의 말이다. 이 신부는 유제프와 마주칠 때마다 몰래 성호를 긋곤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분명 지고의 하느님이 아니라 어둠의 세계의 군주가 빚어낸 사악한 결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동생을 그리지 못하겠다면, 말을 걸어 봐. 이야기를 해봐.」 부인에게 책을 읽어 주는 하인이 다가와 말했다.
「누구에게요?」
「너 자신에게.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지 않니. 그것을 한 장 뜯어서 거기다가 글을 써봐. 여동생의 얼굴빛, 귀의 생김새, 목의 윤곽들, 머릿결의 깊이와 움직임들, 네가 태어난 집의 계단을 올라올 때 여동생의 발걸음이 내던 소리들…… 그런 걸 다 써봐. 또 마당의 암탉을 쫓아갈 때 여동생이 어떻게 뛰어갔는지,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어떤 기분으로 일어났는지, 어떤 요리를 좋아했고 어떤 노래를 흥얼거렸는지, 어머니가 야단을 치면 어떻게 훌쩍였는지, 벌을 서라고 할까 봐 어디로 숨었는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기 정원 끝에 있는 폭포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들을 갖고 있어. 8월의 찬란한 태양 아래서 폭포수는 수만의 물방울들을 튀기며 매번 다른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거야. 이 모든 모습들을 너에게 이야기해 봐.」
「그러면 부인의 친우라는 그분은 어느 저잣거리에서 이 기적 같은 아이를 얻었답니까?」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유제프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눌러 참기 위해 노란 술을 연거푸 두 잔이나 마셨다. 쓰디쓴 그 술은 바로 내려가서 위장을 태웠다. 심장이 마구 뛰었고 눈앞에서는 검은 별빛들이 빙빙 돌고 있었지만, 유제프는 부인의 요구를 받들어 그 자리에서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가 외발 탁자에 부딪혀 의자를 쓰러뜨릴 뻔하기도 했고 아주 짧은 두 팔을 높이 들고 두 발로 뛰어오르면서 그 자리에서 빙글 돌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거짓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야만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을 삼킬 수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가는 것도 참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춤을 추는 순간 유제프는 거실에 있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있지도 않았다. 잿빛 호숫가에 가 있었다. 달이 높이 뜬 호숫가에서 기사 랜슬롯과 함께 있었다. 또 잠시 후에는 아나스타시아와 함께 폭포수 앞에 서서 물방울들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부서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