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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3801956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2-01-22
책 소개
목차
기획의 글 005
작가의 말 009
그 남자네 집 015
해설 293
작가연보 30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내 몸에 물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애인한테보다는 막내 여동생한테나 어울릴 찬사였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나도 곧 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눈물, 구슬 같은 이슬, 구슬 같은 물결……. 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오월이 되자 사랑마당에서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여러 가지 꽃나무가 있는 줄은 몰랐다. 향기 짙은 흰 라일락을 비롯해서 보랏빛 아이리스, 불꽃 같은 영산홍, 간드러지게 요염한 유도화, 홍등가의 등불 같은 석류꽃, 숨가쁜 치자꽃, 그런 것들이 차례로 불온한 열정-화냥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했다. 이사하고 나서 조성한 정원이라서 그 남자도 이렇게 꽃이 잘 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런 꽃들을 분출시킨 참을 수 없는 힘은 남아돌아 주춧돌과 문짝까지 흔들어대는 듯 오래된 조선 기와집이 표류하는 배처럼 출렁였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싶을 만큼 아슬아슬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돈이 안 드는 사치는 이렇게 위험했다.
성급한 봄의 예감이 고치를 박차고 날아오르기 직전의 나비처럼 내 안에서 찬란하게 그러나 불안하게 파드닥거렸다. 봄이 되기 전에 속치마가 아른아른 비치는 춘추 비로드 치마도 싹둑 자르리라. 그 육감적인 치마를 입고 바람을 피우러 훨훨 이 답답한 집과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