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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중국문화
· ISBN : 9788934927211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평생 흘릴 눈물
우리 엄마, 라초
집으로 돌아간 엄마
문화혁명
빨간 신 한 켤레
닭다리 두 개와 굶주린 남자
산으로 올라가다
모닥불 가의 이야기
산의 여신
치마의식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노래를 부르러 도시로
도시
세상의 중심에서
시간의 변방으로 돌아오다
사랑과 의무
추문
다시 돌아온 시창
오디션
음악학교 생활
다시 집으로
크리스틴 매큐의 후기
나무의 마지막 한 마디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남자는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엄마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로지 일가를 이뤄 딸과 아들 그리고 손주들을 거느리고 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날 저녁에 남자가 창문을 두드렸을 때 엄마는 문을 열어줬지만 몇 달 후 아기를 가진 게 확실해진 다음에는 그의 가방을 문 앞의 못에 걸어두었다. 여자가 애인과 관계를 정리하는 우리의 풍습이었다. 밤에 엄마를 찾아왔다가 그걸 본 남자는 더 이상 자신을 원치 않는다는 엄마의 뜻을 알아차리고 순순히 돌아섰다. - 본문 중에서
츠라춰 아줌마는 내 손을 잡고 한 발은 돼지에, 그리고 또 한 발은 옥수수자루에 딛고 올라서도록 도와줬다. 나는 이제까지의 삶을 벗어버릴 준비를 마쳤다.
아줌마는 내가 입고 있던 푸른색 아마포 윗도리를 벗겼고, 황금색 불빛과 자욱한 쑥 연기 속에서 나는 태어날 때처럼 벌거벗은 채 서 있었다. 츠라춰 아줌마는 내 낡은 셔츠를 불 속에 던졌고, 엄마가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운 다음엔 준비해뒀던 새 옷을 아줌마에게 건넸다. 아줌마가 제일 먼저 입혀준 옷은 검은색과 금색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분홍색 윗도리였다. 소매에 팔을 끼우고 단추를 다 채웠을 때, 엄마는 순대처럼 돌돌 말아놨던 흰 치마를 들고 흔들었다. 치마가 한여름의 뭉게구름처럼 활짝 펼쳐지자 사람들이 동시에 "와아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줌마는 허리에 색동 띠를 두르고 은으로 된 고리를 바로 위의 셔츠에 걸어주었다. 그건 나도 언젠가 한 집안을 다스리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다부가 되면 그 고리에 곡식창고의 열쇠를 걸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엔 명주실과 가짜 머리로 만든 가발을 머리에 썼다. 다들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리고는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와, 너무 예쁘구나!"
그렇게 해서 성인으로의 변신이 완료되었다. 나는 여자였고, 새로 태어났고, 아름다웠다. - 본문 중에서
우리 집에서 창고는 엄마에게 사생활이 필요할 때 우리가 잠을 자는 공간이었지만, 일반적인 모쒀족의 집에서는 곡물을 비롯한 여러 물건을 보관하고, 여자들이 남자 친척들이 보지 못하게 아이를 낳는 곳이었다. 그리고 망자를 모시는 곳이기도 했다. 태어났던 바로 그곳에 죽은 몸을 놓음으로써 한 생애의 커다란 원이 완성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받쳐 들고, 다른 사람들이 흰 천으로 할머니의 몸을 감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자르고 있던 그 천이었다. 무릎을 구부려 턱에 닿게 하고, 팔로 다리를 감쌌다.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코에 버터를 채웠다. 나는 왜 그렇게 하냐고 묻지 않았다. 거기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얼떨떨하고 혼이 빠진 채 몸을 더 작게 오그리고는 세 남자가 천으로 칭칭 감은 할머니를 커다란 흰 자루에 넣고, 그걸 바닥에 판 구덩이로 가져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