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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4942696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2-09-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날, 바람결에 불길한 속삭임이 들려왔을지 모른다. 뼈를 에는 한기가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엘리자베스나 내게만 느껴질 법한 희미한 노랫소리이든, 날선 긴장감이든. 뭐가 됐든 판에 박힌 어떤 예감이 있었어야 했다. 살다 보면 언젠가 겪으리라 예상하는 불행들이 있다. 나의 부모님에게 벌어졌던 사건처럼. 반면 급작스럽고 격렬하게 찾아오는 암울한 순간도 있다. 모든 걸 한순간에 바꿔놓는 하나의 전환점. 그날의 비극 이전의 내 인생과 지금의 내 인생. 애석하게도 두 개의 삶 사이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그녀는 계속해서 손을 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따뜻한 화면을 쓸어내렸다.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동안 가슴이 벅차 터질 듯이 아려왔다.
“엘리자베스.” 나는 속삭였다.
그녀는 화면 속에 몇 초간 더 머물렀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미안해.” 나의 죽은 아내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멀어져갔다
나는 그들을 똑바로 응시하고 뻔한 질문을 던졌다. “나를 용의자로 보고 있나요?”
“용의자라뇨?”
“능청 떨지 말아요.” 나는 말했다. “다 내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런 막연한 질문이 어디 있습니까?”
그가 내놓은 답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심문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텔레비전을 통해 익힌 또 다른 대사를 써보기로 했다.
“변호사를 불러주세요.” 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