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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4946281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철길 옆 집 7
구근 25
소요 45
아마릴리스 77
고보레히 97
나쁜 봄 103
황궁 앞 광장의 회전 119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 135
풍경(風磬) 171
트와일라이트 191
측은 199
악보를 파는 남자 215
구골나무와 태양 229
첫 꿈 253
비가 와도 맑아도 267
평범한 사건 289
봄의 제전 309
육교 시네마 325
작가 후기 341
리뷰
책속에서
K씨, 뭐 무서운 거 있어요?
네?
K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K씨는 몹시 현실적이고 쿨한 사람이라 그때까지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타입이 아니라 그런 화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동안 생각하다가 “풍경이려나요”라고 대답하는 겁니다.
“풍경요?”
내가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희 할아버지 댁 처마 밑에 달린 풍경이 어렸을 때 엄청 무서웠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런, 왜요?”
저는 고양이입니다.
네, 확실합니다. 이 발바닥 젤리에 걸고 맹세하죠.
장난이야. 잠깐 인간 흉내 좀 내봤어. 그렇지만 역시 괜히 했네. 우리한테 이런 건 어울리지 않아.
의미가 있느냐고.
내가 발바닥 젤리에 걸고 맹세하는 거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없잖아?
그래. 그 사람들은 걸핏하면 ‘신의 이름으로’라느니 ‘맹세컨대’라느니 그런 거창한 말을 늘어놨어.
하여간 이해가 안 된다니까. 그런 거 어차피 말뿐이잖아? 결국엔 어길 거면서.
응, 뭐, 왜 그러는지는 알아. 인간은 약하거든. 지키지 못하니까 ‘맹세’하는 거고. 지킬 자신이 없으니까 주위 사람들 듣게 입 밖에 내는 거고 그 김에 스스로한테도 다짐을 두는 거지.
저는 고양이입니다.
네, 정말입니다. 이 수염에 걸고 맹세하죠.
여기 육교 난간에 턱을 괴고 한 곳을 꼼짝 않고 응시하는 소년이 있다.
시간은 오후. 아직 해가 높이 떠 있고 세상은 밝다.
학교 갔다 오는 길일까. 곁에 낡은 검정 책가방이 놓여 있다.
육교 위를 오가는 행인이 뭘 보는 걸까 싶어 소년의 시선이 향한 곳에 눈을 준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저물어가는 하늘이 네모난 스크린 너머에 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