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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1803464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25-06-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007
1장 제임스 모리어티의 방황 … 011
2장 아이린 애들러의 도전 … 069
3장 레이철 머스그레이브의 실종 … 145
4장 메리 모스턴의 결의 … 267
5장 셜록 홈스의 개선 … 367
에필로그 … 468
편집자의 말 … 496
리뷰
책속에서
셜록 홈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사건에 푹 빠져 있었고, 나는 메리 모스턴 양과 결혼해 염원하던 진료소를 시모가모 신사 부근에 개업하려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조롭게 풀리는 바람에 우리는 그만 깜박 잊고 있었다. 그 모든 영광이 ‘셜록 홈스의 천재성’이라는 정체불명의 토대 위에 지어진 사상누각이라는 사실을.
소동은 홈스가 다음과 같이 중얼거리면서 끝이 났다.
“이상한데. 하늘에서 내린 재능은 어디로 갔지?”
홈스의 슬럼프가 어느 시점에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어느새 그 수렁에 발을 들여놓았고, 거기에 바닥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다 ‘붉은 머리 연맹 사건’이라는 크나큰 실패가 셜록 홈스를 완전히 재기 불능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셜록 홈스는 데라마치 거리 221B에 틀어박혔다.
홈스가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때까지 그에게 빌붙어 살아온 우리도 거기에 말려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홈스담의 연재가 불가피하게 무기한 연기되어 《스트랜드 매거진》 판매량은 급감했다. 원고료 수입을 믿고 빚을 낸 탓에 진료소 경영도 빠듯해졌다. 장밋빛 미래가 돌연히 사라진 것이다.
“내가 게으름 피운다는 소리인가?”
“피우고 있잖아.”
“아니지. 그렇게 보이는 건 자네 눈이 삐어서야.”
홈스는 부스스 일어나 앉더니 언짢은 듯 나를 노려봤다.
“뭘 모르는군, 왓슨. 어찌하여 셜록 홈스는 슬럼프에 빠졌는가. 그게 바로 사상 최대의 난해한 사건이라고. 나는 ‘자기 자신’이라는 까다로운 사건과 씨름하는 중이란 말이네. 그런데 속세의 하찮은 문제를 상대하고 있을 겨를이 있겠나. 도대체가 자네야말로 전혀 협조해주지 않잖아. 정말 친구 맞아?”
“친구가 맞느냐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붉은 머리 연맹’ 사건이라는 대실패로부터 약 1년. 파트너로서, 친구로서, 의사로서 나는 셜록 홈스를 곤경에서 구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발 지압기부터 한약에 이르기까지 생각나는 수단은 다 써봤다. 매일 벤텐辯天(변재천의 준말-옮긴이) 님께 기도드리고 심산에 올라 폭포수를 맞았으며 아리마 온천에 탕치하러도 갔다.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날마다 홈스의 슬럼프에 휘둘린 탓에 급기야 과로로 쓰러져, 격노한 메리가 홈스에게 항의하러 쳐들어갔을 정도였다. 나도 온갖 고초를 겪은 것이다.
“나도 내 인생이 있어. 자네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흥! 보나 마나 부인이 소중한 거겠지.”
“아내가 소중한 건 당연하지 않나.”
“허, 그래? 그럼 그 소중한 부인과의 만남을 주선해준 사람은 누구지? ‘네 사람의 서명’ 사건이 없었으면 자네가 메리 모스턴 양을 만나는 일도 없었다고. 내가 두 사람 연을 맺어주지 않았으면 자네는 지금도 이 하숙집 삼층에서 빈둥대면서 ‘내 색시는 어디에’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을걸. 누구 덕에 독신 귀족을 졸업할 수 있었지? 예쁜 부인을 찾았으니 이제 나는 볼 일 없다고? 아내를 찾으려고 나랑 모험한 건가? 자네 부부는 좀 더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야 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