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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75977
· 쪽수 : 348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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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피에르, 마당에 좀 이상한 게 있어요.” 소피아가 말했다.
소피아는 창문을 열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마당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소피아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피에르는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는 버릇이 있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소피아가 그토록 자주 창밖을 내다보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날씨가 어떤지 좀 볼까? 소피아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그리고 날씨가 나쁠 때면, 늘 그렇듯 그리스를 생각했다. 어떤 날은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다 보면 어느 결엔가 향수가 피어올라 회한에 젖기도 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정원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피에르,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소피아는 피에르 곁으로 가서 앉았다.
“피에르, 나 좀 봐요.”
피에르는 짜증이 난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 달 전부터 소피아는 3층 창가에 서서 새로 이사 온 이웃들을 매일 관찰했다. 흥미로운 이웃이었다. 뭐 어때, 나쁠 것 없잖아? 비교적 젊은 남자 셋에 여자도, 아이도 없었다. 그저 세 명의 남자뿐이었다. 소피아는 철제문에 이마를 대고 서 있다가 자기 마당의 나무가 너도밤나무라고 가르쳐준 남자를 즉시 알아보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그가 친구 두 명을 데려온 모양이었는데, 그 남자와는 아주 다르게 생긴 친구들이었다. 샌들을 신은 덩치 큰 금발과 정서가 불안해 보이는 회색 양복. 소피아는 이제 세 사람을 제법 잘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 사람을 엿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옳건 옳지 않건, 기분전환이 되는 건 확실했다. 그러는 동안만큼은 안심이 되었고, 적어도 뭔가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소피아는 계속 그들을 관찰했다.
“이건 사실 좀 웃기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누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소피아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신데요?” 마르크가 그녀를 도와주려고 부드럽게 물었다.
“말을 꺼내기가 어렵네요. 더군다나 나는 여러분이 이번 달에 아주 많은 작업을 했다는 것도 잘 알아요. 사실은, 우리 집 마당에 구멍을 하나 파는 일이죠.”
“서부전선에서 기습이라…….” 뤼시앵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당신들한테 사례는 하겠어요. 저…… 세 분한테 3만 프랑 정도 드리겠어요.”
“3만 프랑이라고요? 구멍 하나 파는 데요” 마르크가 중얼거렸다.
“적에 의한 매수공작이군.” 뤼시앵이 입속에서만 우물거렸다.
소피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계속해야 해.
“네, 구멍 하나에 3만 프랑. 그 대신 비밀을 지켜야 해요.”
“하지만, 부인…….” 마르크가 이의를 제기했다.
“를리보, 소피아 를리보예요. 당신네 오른쪽 집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