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4979036
· 쪽수 : 5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에밀리 아가씨에 대해 좋은 말을 하더니 그다음엔 별로 좋게 들리지 않는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했다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하지만 이 집에 온 지 하루도 채 안 된 손님이 한 질문이라 영 마음에 걸렸다.
“여기 있는 처녀들 중 누가 가장 돈이 많아요?”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숙녀’ 혹은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고 유색인종들이나 쓰는 말을 썼다.
“여기 있는 숙녀분들은 돈을 갖고 있지 않아요. 가족들이 학비로 보내주는 돈 외에는요. 어린 숙녀들은 돈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럼 누구네 집이 가장 부자인가요?”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처음에 그렇게 키스했을 때, 그러니까 그 어린 아가씨와 키스했을 때 난 후회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후회하지 않지만, 거기 서 있는 당신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겠죠. 내가 신사답지 못하고, 천박하고, 그 외에도 관습에 얽매인 말들을 하겠죠. 하지만 한 가지만 말하죠, 해리엇 판즈워스. 난 당신을 모욕할 생각이 없어요. 이 상황이 처음 그 당시, 그러니까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와 똑같고, 난 처음과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라면 당신은 안 된다고 했겠죠. 그래서 당신에게 묻지 않았어요. 이제 원하는 대로 하세요. 언니에게 말해도 좋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반란군을 불러 모아도 좋고요.”
그가 이곳에 온 지 하루 이틀 정도 되었을 때부터 그가 나에게 보낸 것이 과연 ‘이해’였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바보처럼 울컥했던 순간, 나는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다른 아이들에게 말해버렸다. 그때부터 그들 중 한 명이─예상하건대 에밀리나 앨리스─그에게 그 일을 왜곡된 버전, 혹은 그보다 더 끔찍한 버전으로 옮겼을까 봐 두려웠다. 맥버니 상병과 나의 동료들이 한심한 오해나 하는 나를 한바탕 비웃었을까 봐 무서웠다. 나는 서서히 그의 태도가 ‘이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간파’했을 확률이 더 높았다. 너무도 우정을 갈구한 나머지 가장 은밀한 질문에 기꺼이 대답하고, 자신에 대한 가장 경솔하고 노골적인 말들을 덥석 믿어버리고, 그 모든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얄팍하고 자존감 없는 아이를 그가 간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