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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4961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4-01-25
책 소개
목차
제1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어두워지는 푸른 불
파피루아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민무늬 탁자
물고기 숲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
유성
소원
나무들의 마을
검은 고양이
우리의 바보 같은 마음들
제2부
단 하나의 영상에서 돌고 도는 기념일
모두 다른 눈송이에 갇혀서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다람쥐가 있던 숲
엄마의 정원
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우산을 어느 손으로 쥐어야 하나
우산들
언제나 붉은 금붕어가 있다
어느 날 17층에 있다는 것
목욕탕
신호
단순하지 않은 마음
점선으로 만들어지는 원
제3부
함박눈
환한 집
어디선가 하얀 집이 지어지고 있다
말차의 숲
주전자가 할 수 있는 일
무용하고도 기나긴 용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 지망생의 편지
설이가 먹은 것들
우리가 모르는 수십억개의 계단들
모든 표정이 죽어간다는 것
투명한 병
저녁을 천천히 먹어야 한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빛은 나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기차
희망
고요한 연은 하늘을 몇번이나 뒤집고
제4부
우리는 1층에서 자유로워
투명한 원
그 돌을 함부로 주워 오지 말아줘
공룡 같은 슬픔
세상의 모든 과학자
끝나가는 원
유령들의 드럼
비행하는 구름들
비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것
너의 신비, 그것은 세계의 신비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단 하나뿐인 손
해설|김미정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나의 불이 꺼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려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전문
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너를 그것과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창가에 키우는 식물이 많아질수록 너의 습관과 기분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식물에는 모두 그 씨앗을 흙 속에 묻은 정원사의 영혼이 담겨 있어
죽어가는 식물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온 영혼이 너로 하여금 단단한 씨앗을 집게 할 것이다
한밤중에 너에게서 빠져나온 이상한 꿈들은 방향을 어디로 바꿀지 모르는 꼬리처럼 너를 따라다닐 것이다
(…)
네가 가방 속에 넣어둔 작은 열쇠가 쓰일 때마다
정말로 네가 원하던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의 몸속에서도 작은 열쇠를 찾을 수 없을 때
너는 누군가가 사라진 것들과 함께 이 마법 창고를 옮기는 것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 창고가 텅 빌 때까지 너는 너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사물을 거리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부분
겨울의 끝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되던 날
문득 “부동자세로 서 있는 저 나무가 슬프지 않아?”
물었을 때 너는 나무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심기는 순간 나무에는 떠나갈 수 있는 영혼이 생긴다고,
나무들은 유령처럼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영혼을 가졌다고,
너 또한 한그루의 나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채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너는 나무들이 모인 마을에서 왔다고 한다
(…)
길을 걷다가 문득 나무가 나를 쳐다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혹시 너한테서 내 이야기를 들은 나무가 아닐까,
이 나무는 너와 사촌 정도 되는 관계가 아닐까 추측하며 멈춰 서 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무가 내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너처럼 느껴진다.
나무가 바람에 떨면 내 몸도 같이 떨린다.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면 나에게서도 무언가 우수수 떨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네가 등 뒤를 툭툭 쳐줄 때까지 나는 종종 이렇게 나무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나무들의 마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