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깃발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문밖에서
김치를 담그며
이제금 저 달이

해설 / 임규찬
작가의 말

순분은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른다. 머리는 산발이었다. 신은 벗겨져 있었고 발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온몸에 신열이 났다. 헛소리를 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다. 헛것이 보였다. 커다란 곤봉이 내리쳐지는 바람에 소스라쳐 놀라곤 했다. 날이 선 대검이 춤을 추며 그녀의 배를 쑤셨다. 주위는 온통 피바다였다. 옷깃에는 핏덩이가 엉겨 있어 손톱으로 긁어냈다. 살과 뼈가 분해되어 공중으로 훨훨 날아다녔다. 짓밟혀 생생한 시체더미가 되어 땅 위에 굴러다녔다. 그녀는 손을 싹싹 빌었다. 젖가슴을 헤치고 죄가 없다고 가슴을 쥐어뜯었다. - 본문 13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