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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879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2-08-10
책 소개
목차
삐라따
까르야
수르야
링기
저로
자바
할루스
끄라마
아궁
아빠끄라마
빠나스 부미
삐따라
참고한 내용과 약간의 덧붙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태경은 오래도록 파도를 타고 싶었다. 이외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 날이 오겠지만 최대한 그날을 먼 미래로 미루고 싶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또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곳에서의 삶이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태경은 다영의 저 무심한 표정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테이크오프를 시도하는 때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표정은 벼랑 끝에 선 사람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던 어떤 끈이 갑작스레 풀려버린 것을 목격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대범함을 품고 있지도, 만용을 품고 있지도 않은 그저 무연한 얼굴은 태경으로 하여금 수년 전 어느 하루를 자꾸만 떠올리게 했다. 저러다 다영이 죽지는 않을까 하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던 그날을 태경은 똑똑히 기억했다.
“괜찮아! 들어와!”
태경이 외치고는 몸을 뒤로 젖혔다. 속도를 늦춘 태경이 주행 방향 반대편으로 턴을 해 파도 아랫부분으로 내려갔다. 태경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 예카가 두 손으로 다영의 보드를 힘껏 밀었다. 테이크오프에 성공한 다영은 파도의 면을 따라 나아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시선!”
파도 윗부분으로 되돌아온 태경이 다영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앞으로 시선을 돌리는 다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언뜻 비쳤다. 그가 뒤를 돌아봤다는 자체가 규칙을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나의 파도에 한명만 타야 한다는 서평 제1명제는 가끔씩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깨질 때가 있었다. 제 파도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일. 타인을 믿고 아량을 보이는 일. 여럿이 하나의 파도에 탄다고 해서 ‘파티웨이브’라고 부르는 이 행위는 신뢰와 교감의 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