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67373106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강화길 꿈속의 여인 … 007
김멜라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 … 043
서장원 소공 … 075
이원석 마스크 키즈 … 99
이현석 조금 불편한 사람들 … 139
전예진 베란다로 들어온 … 175
정지돈 무한의 상태 … 207
조우리 모르는 척하면서 … 23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백하실 분이 있으면 앞으로 나오십시오.”
이기한 목사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 울려퍼졌다. 이장댁은 인용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을 때, 이장댁은 소문 하나를 들었다. 인용과 민경의 가족이 해인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고. 특히 인용이 그랬다고. 막내딸을 빼돌리고 싶어 했다고. 그러다가 그 사고를 당한 거라고 했다. 허황되고 근거 없을 뿐 아니라, 모욕적인 이야기였다.
이장댁은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래.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니까. 하지만 아주 가끔, 이장댁은 인용을 보고 있으면 그 소문이 떠오르곤 했다. 마을을 떠나려 했던 자. 사라지려 했던 자.
감히 그것을 시도했던 자.
_ 강화길 <꿈속의 여인>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무렵, 갖가지 디지털 제품 출시와 함께 영상 산업은 호황을 누렸고, 도시 곳곳에 무료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상 자료실이 들어섰다. 3호선과 4호선을 잇는 환승역이자 한국 영화의 산실인 충무로에도 역사 지하 통로에 영상센터가 개관했다. 잡귀들은 센터의 벽장을 가득 채운 DVD 자료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누군가 동그랗고 납작한 디스크를 기계에 넣고 재생하면 잡귀들은 알라딘의 램프 속 정령처럼 압축 파일에서 풀려나 지하철로 향했다
잡귀들의 생김새는 영화 속 배우들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겉모습만 따왔을 뿐 실제로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이 죽어서 잡귀가 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진열대에 수북하게 쌓인 옷 중에서 하나를 고르듯 영화 속 이름 없는 단역의 형상을 뒤집어썼다고 할까. 영화에 출연한 수많은 엑스트라가 잡귀의 몸이 되었다. 주인공을 지나쳐가는 행인이나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 재난이 벌어지면 떼죽음을 당하는 익명의 무리, 우르르 등장했다가 좌르르 죽어가는 졸병, 한마디로 대사는커녕 배역 이름조차 없던 사람의 형상이 귀신 중에서도 서열이 낮은 디지털 잡귀가 되어 땅 밑을 떠돌았다.
_ 김멜라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
처음에 호정은 그것이 귀신이라고 믿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자신이 불필요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가 일종의 환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어떤 사람들이 그것의 존재를 그렇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여자들만 임신 중지에 대해 상처를 받고 죄책감을 느끼기에 그것을, 그것과 비슷한 것을 여자들로 하여금 보고 듣고 느끼게 한다고.
_ 서장원 <소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