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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6464400
· 쪽수 : 243쪽
· 출판일 : 2015-01-23
책 소개
목차
휴전
작품해설/몬떼비데오 사람들의 잿빛 초상
작가연보
발간사
리뷰
책속에서
따지고 보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틀에 박힌 일상을 만들어낸 건 나 자신이지만, 그조차도 매순간의 축적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방식을 통해서였다. 내가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만사를 미루는 버릇이 생겼다. 결국 내 무덤을 내가 판 꼴이다. 그때부터 나의 일상은 색깔도 없고 뭐라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돼버렸다. 항상 임시방편적이었고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계속 미루면서 그것을 나의 운명에 결정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일견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준비기간일 뿐이라 여겼고, 정작 그 기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매일매일의 의무를 견뎌내는 게 전부였다. 내가 봐도 참 허탈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 딱히 나쁜 버릇은 없지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을 이제는 못 버릴 것 같다.
그러나 체념이 상황의 끝은 아니다. 처음에는 체념할 뿐이지만 그다음엔 양심을 버리고,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통속이 된다. “위에서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도 한몫 챙겨야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먼저 체념한 사람이다.
우린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이 깨졌고 이른바 절정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었고, 난 그녀를 느끼고 그녀를 만지고 그녀에게 입맞출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아베야네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베야네다”는 말의 세계다. 나는 그 이름에 수백개의 의미를 주입하는 법을 배우고, 그녀 역시 그것들을 식별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