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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6475222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책속에서
“바로 그때, 그녀 자신이 실제로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그것은 실제 현실보다 더 위대한 현실이었다.”
“심각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소설이 나왔으니까요. 저는 불멸의 연인이 되었고요. 그렇지만 단연코 제가 소설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니었어요. 여럿이 함께 춤추는 윤무니까요.”
“인생의 절정은 사랑이고, 사랑의 절정은 입맞춤이지. 입맞춤은 사랑의 시(詩)이자 뜨거운 열정의 봉인이며, 관능적이면서도 플라톤적이지. 정신으로 시작하여 육신으로 끝나는 성사(聖事)의 중심이야. (…)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안고 몸을 젖힌 채 눈썹 아래로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감기는 상대방의 눈길을 나의 눈길에 담아 입맞춤으로 그 눈길에 응답하는 것이지. 그대를 사랑한다고.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그대만을, 하느님이 점지해준 소중한 그대만을 사랑한다고.”
“나는 아직 맹랑한 풋내기였지만 재기가 넘쳤지. 벌써 예술에 대해서나 사랑에 대해서나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고, 사랑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 새파랗게 젊었지만, 이미 예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랑과 인생과 인간을 배반할 용의가 있었어. 결국 일을 저질렀지.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내놓았지. 사랑하는 벗들이여, 격분한 이들이여, 나를 용서해주게. 그럴 수만 있다면.”
“사상가들은 사유에 관해 사유하지. 그럴진대 작가가 작가에 관해 사유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작품이라는 것도 그런 사유의 결과물이고, 모든 작품은 결국 작가라는 현상에 대한 부질없는 천착이 아닐까?”
“정신적인 존재가 별과 특별한 호칭을 달고 계단에 예술품이 전시된 집에 살면서 눈매가 형형한 우아한 노인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그런 정신적 존재에 너무 쉽게 복종하는 것 같았다. 노인은 저기 있는 유피테르상처럼 머리를 섬세하게 길렀고, 신들의 음식처럼 감미로운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샤를로테는 정신적 존재란 가난하고 추하고 세속적 명예를 멀리해야 사람들이 과연 그를 존경하는지 제대로 시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형성되면서 형태가 바뀐다 해도 결국 똑같은 구름이 아니던가? 신의 이름이 수백개지만 결국 오직 유일자를 가리키고, 신이 사랑하는 자식들, 그대들을 가리키잖아? 인생은 형태의 변화일 뿐이고, 수많은 존재들 속에서도 통일성이 유지되고,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것이지. 그런즉 당신과 그 여성, 그대들 모두는 나의 사랑 안에서는 유일자야. 내가 사랑 때문에 죄를 지었더라도 그건 변함없어.”
“사람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만, 결국 신이 제물이야. (…)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당신한테 말하건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곧 제물이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야. 한때 당신을 향해 불탔고, 지금도 언제나 당신을 향해 불타서 정신과 빛을 발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