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7409073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1-09-03
책 소개
목차
1부
왼손 미사 15
오 초의 장식 17
죽음의 빛의 19
생시의 입관(入棺) 22
돼지 떼가 몰고 온 상여 24
수평선 너머 27
커다란 하양으로 30
우는 거미 32
달의 독무(獨舞) 34
한겨울, 바다의 분진 36
2부
러닝 타임 41
보라 선 45
진화론 48
살의 파도 ― 박병천 ‘살풀이’ 모창 50
뱀을 만난 길 ― J에게 52
유리 전차 55
마주 선 창백 58
해 끝으로의 산행 61
십자 그늘 63
눈물의 모서리 65
3부
군청(群靑) 바깥으로 69
학의 평범한 자태 71
왼발의 구도 73
전태일 기념관 76
짓눌린 날개 78
배우 80
인형의 화엄(華嚴) 84
집 속의 집 86
모차르트 비린내 92
해 지는 정음(正音) 95
4부
찢긴 막 99
E-D-Am-E 101
귓속, 파도의 침소 104
까마귀 따라 107
야금(冶金)된 여명 110
귀에 걸린 애련 112
안녕, 비둘기 114
지우개로 지은 집 116
그림자 교회 118
아침의 굴과 골 121
5부
무채 125
작품 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
하양의 자서전 143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래전,
물 위에 뜬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던 사내에게서 기별이 왔다
주취(酒醉)였더라도 눈만은 초롱처럼 맑아
다만 달의 입술을 열고 온 세상을 삼키려 드는 죽음의 내장을 씹어 보려 했을 뿐이었다고,
하얀 빛이 여직, 죽을 때까지 평평하다
나는 빛을 가득 끌어안으며 물속에서 물 바깥을 그린다
목탄 가루처럼 사라진 너의 윤곽 그대로
죽어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아 있는 오늘의 빛으로 만년살이 물방울 속에 새기는 거다
―「커다한 하양으로」 에서
해를 향해 달리다 해의 무한 반복체가 되고
색의 모든 면을 그리다 새카만 어둠이 되어
불빛이 칼날로 변하는 심장을 하늘에 투사하리
창 안에서
나는 오래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을 따라
스스로를 깨뜨린다
사방이 거울이고
내가 없는 거울들이
또 둥글게 부푼다
창밖에는
달 표면 빗금 그어진 틈 속에 유리관을 입에 물고 그림 그리는 아이
세 번째 생애가 와장창 깨진다
―「유리 전차」 에서
태어나 본 적도 없이 이미 죽은 그가 양팔을 벌려
빛 속에서 그늘 아래로 뛰어내리며 붉은 색 바람을 날리니
그림자 속에서 옷을 벗듯 빠져나온 건물들 사이엔
해의 분진을 핥으며 문득 사람의 말을 지껄이려는,
눈빛이 청색 유리처럼 으깨진
병든 개 한 마리
중음(中陰)의 사령은 늘 죽음 직전의 청명을 품었다
―「십자 그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