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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고대사(선사시대~진한시대)
· ISBN : 9788937413599
· 쪽수 : 1172쪽
· 출판일 : 2021-04-30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28 공손홍・복식・예관 전 公孫弘卜式兒寬傳
29 장탕전 張湯傳
30 두주전 杜周傳
31 장건・이광리 전 張騫李廣利傳
32 사마천전 司馬遷傳
33 무오자전 武五子傳
34 엄・주・오구・주보・서・엄・종・왕・가 전 상 嚴朱吾丘主父徐嚴終王賈傳 上
엄・주・오구・주보・서・엄・종・왕・가 전 하 嚴朱吾丘主父徐嚴終王賈傳 下
35 동방삭전 東方朔傳
36 공손・유・전・왕・양・채・진・정 전 公 孫劉田王楊蔡陳鄭傳
37 양・호・주・매・운 전 楊胡朱梅云傳
38 곽광・금일제 전 霍光金日磾傳
39 조충국・신경기 전 趙充國辛慶忌傳
40 부・상・정・감・진・단 전 傅常鄭甘陳段傳
41 전・소・우・설・평・팽 전 雋疏于薛平彭傳
42 왕・공・양공・보 전 王貢兩龔鮑傳
43 위현전 韋賢傳
44 위상・병길 전 魏相丙吉傳
45 쉬・양하후・경・익・이 전 眭兩夏侯京翼李傳
46 조・윤・한・장・양왕 전 趙尹韓張兩王傳
47 갑・제갈・유・정・손・무장・하 전 蓋 諸葛劉鄭孫毋將何傳
48 소망지전 蕭望之傳
49 풍봉세전 馮奉世傳
50 선・원 육왕 전 宣元六王傳
51 광・장・공・마 전 匡張孔馬傳
52 왕상・사단・부희 전 王商史丹傅喜傳
53 설선・주박 전 薛宣朱博傳
주
책속에서
“저는 입으로 내뱉은 말 때문에 이런 화를 당하여 고향 사람들의 심한 조롱을 받았을 뿐 아니라 선조를 욕되게 했습니다. 그러니 무슨 낯이 있어 부모님의 산소에 다시 성묘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치욕은 백 대가 지나도 더욱 심해질 뿐입니다.
그리하여 하루에도 아홉 번 창자가 꼬이고, 앉아 있으면 정신이 아물거려 꼭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하며, 밖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을 할 수 없습니다. 그때 당한 부끄러움을 떠올릴 때마다 등에 땀이 흘러 옷에 흥건하게 배지 않을 때가 없습니다. 이미 환관으로 지내는 몸이 되었으니 어찌 물러나 심산의 동굴에 은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세속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때에 따라 고개를 숙이거나 들면서 마음속의 거친 생각과 의혹을 발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뒤에 소경이 저에게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라는 가르침을 주셨지만 이는 제 속뜻과 어긋나는 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와서 비록 제가 자신을 잘나 보이도록 꾸미고 좋은 말로 처지를 설명하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이 믿어 주지 않고 다만 욕을 먹을 뿐이니, 요컨대 죽는 날이 닥쳐서야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입니다.”
─ ‘하루에도 아홉 번 창자가 꼬이는데’, 「사마천전」
어느 복날이었다. 총애하는 신하들에게 고기를 내린다는 황제의 영이 있었는데 시간이 늦도록 고기를 잘라 나누어 줄 대관승(大官丞)이 오지 않았다. 동방삭이 혼자 칼을 빼 고기를 베고 같이 있던 벼슬아치들에게 말했다.
“복날이라 일찍 돌아가야만 하오. 하사하신 고기를 받도록 합시다.”
그러고는 고기를 안고 바로 가 버렸다. 대관(大官)이 황제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튿날 입궁한 동방삭에게 황제가 물었다.
“어제 고기를 하사할 때 조서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칼로 고기를 베어서 가 버린 것은 어찌 된 일인가?”
동방삭이 관을 벗고 사죄하자 황제가 말했다.
“선생은 일어나서 자책하라.”
동방삭이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삭이여, 삭이여! 조서를 기다리지 않고 하사한 고기를 받아 갔으니 얼마나 무례했는지! 칼을 뽑아 고기를 베었으니 얼마나 호방했는지! 고기를 베어도 많이 베지 않았으니 또 얼마나 청렴했는지! 돌아가서 세군(細君, 아내)에게 건네주었으니 또 얼마나 자애로웠는지!”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자책하라고 했거늘 선생은 거꾸로 자찬하고 있구나!”
황제가 다시 술 한 석과 고기 백 근을 하사하자 집에 돌아가 세군에게 주었다.
─ ‘뛰어난 언변과 해학으로 황제의 마음을 얻다’, 「동방삭전」
그 무렵 조충국은 일흔 몇 살이었다. 황제가 조충국이 늙었다며, 어사대부 병길을 보내 누가 군대를 지휘할 수 있을지 물어보게 하자 조충국이 대답했다.
“노신(老臣)을 넘을 자가 없습니다.”
황제가 다시 사람을 보내 물었다.
“장군이 보기에 강로(羌虜)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군사는 얼마를 출동시켜야 마땅한가?”
조충국이 대답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전쟁의 승패는 멀리서 판단하기 어려우니 신이 금성으로 달려가서 그쪽 지형도와 진압책을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강융(羌戎)은 약소한 이민족으로 하늘의 뜻을 어기고 한나라를 배반했으니 오래지 않아 멸망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강족을 노신에게 맡기시고 근심을 거두십시오.”
황제가 웃으며 허락했다.
─ ‘백문이 불여일견’, 「조충국·신경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