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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2720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5-06-20
책 소개
목차
짝 — 긴 이야기 속으로 9
캠프 나인 사람들 46
낙원을 꿈꾸며 57
세 남자 76
제 안의 것들 94
파파야가 익어 가는 시간 102
기회의 땅, 힐로 130
스텔라, 사랑을 믿다 147
너무도 사소한 것들 169
목마른 사람들 182
먼 곳을 바라보는 일 198
어둠 속으로 210
부유하는 사람들 225
죽음의 골짜기, 칼라우파파 236
돌아온 여인, 순례 243
새로운 인연 260
편지 285
대륙에서 온 남자 292
따뜻한 인사, 마할로 누이 312
밤은 긴 그림자를 남기고 333
사랑의 방식 349
동지촌 371
가벼워진 생애 — 너무 많은 이름 속에서 385
작가의 말 394
추천사 39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생 맡아도 물리지 않을 천상의 향기라고 부르고 싶었다. 사철 꽃이 피고 거리에 과일이 뚝뚝 떨어지는 포와에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며칠 만에 매서운 겨울 날씨를 뚫고 한여름 속으로 툭 떨어졌으니 딴 세상이 분명했다.
그러고는 입을 닫았다. 느닷없이 창석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올라 울컥했다. 포와로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교회로부터 연락을 받고 가 보니 선교사를 통해 창석이 보냈다는 작은 상자가 강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엄마를 위한 뜻밖의 선물이었다. 말로만 듣던 비단 목도리를 꼭 껴안은 엄마는 와락 눈물을 터트리며 오열했다. 타국으로 딸을 보내는 불안감을 눈물로 씻어 내며 언젠가 창석을 만나기를 간절히 소원했었다.
상학은 송씨가 술김에 내뱉은 말을 곱씹었다. 어떤 게 옳은 건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언제부턴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날들이 이어졌다. 누구나 내는 독립 자금.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주급을 받으면 정확하게 일정 금액을 떼어서 냈다. 모두 당연하게 생각했고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나라 잃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작은 위로였고 희망이었다. 자신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되어 주었다. 가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목돈을 냈다. 그들의 선행은 교회 소식지에 크게 실렸다. 반대로, 사정이 있어 일을 못 하거나 독립 자금을 못 낸 사람들은 주위에서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없는데도 괜히 위축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