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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17399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문보영(시인)
시인기記 1 —낙엽 인간과의 만남 11
시인기記 2 —三 代의 시 수업 16
김남숙(소설가)
랄로 쿠라의 원형 23
5월에 쓴 소설 26
유계영(시인)
누구의 손입니까? 33
점과 백 38
소유정(문학평론가)
그 전화만큼은 보이스 피싱이 아닐 수 있다 45
세 개의 바늘 51
김연덕(시인)
2020년 12월 3일 57
2022년 2월 3일 60
정용준(소설가)
노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 65
고속버스와 기차와 지하철에서 읽고 쓰기 73
강지혜(시인)
처음 쓰는 마음에 대해 79
섬에서 쓴 시 84
권민경(시인)
내 시에 든 것 89
빨간 물음표 94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손이 하는 일 중 내가 가장 몰두하는 일은 아무래도 시를 쓰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시가 다른 이에게 손을 펼쳐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가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하고 먼 데서 다가오는 자를 가까이 당겨 부르며 광폭에 휩싸인 자를 광기의 경계선까지만 건져 올리며 제정신 상태로 뒷걸음치게 할 뿐더러 사랑을 다정히 안기 위한 포옹이자 빼앗긴 나를 돌려받기 위한 저항, 단 하나의 몸짓 속에 숨어 있는 무한한 겹침, 환희에 찬순간을 더욱 번쩍이게 만드는 마찰, 삶과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영혼의 속삭임이라고 믿었다.
―유계영, 「누구의 손입니까?」
내가 가진 바늘이 비평과 뜨개와 자수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좋다. 비평과 뜨개와 자수는 지금 가장 열심히 내 삶을 굴리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그것이 전부 손으로 하는 일이라서 좋다. 부지런히 손을 놀린 후에야 얻는 한 편의 글과, 한 짝의 양말과, 하나의 소품이 좋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 세 개의 바늘은 손에 꼭 쥐고 난 것이라 영영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만일 셋 중 어느 것이든 바늘의 일이 시들해진다면, 그래서 하나의 바늘만 남게 된다면, 그것은 비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유정, 「세 개의 바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