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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7464041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2-05-20
목차
아버지와 자식 11
작품 해설 355
작가 연보 378
리뷰
책속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야! 그런데 너의 아버지는 멋진 사나이더군. 쓸데없이 시를 읽고 영지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야.”
“우리 아버지는 황금 같은 인간이지.”
“네 아버지가 얼마나 소심한지 눈치챘어?”
아르카지는 마치 그 자신은 소심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놀라운 일이야.” 바자로프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 진부한 낭만주의자들이라니! 자신의 신경계를 흥분 상태로 몰아가고…… 뭐, 그러다 균형이 깨지지. 그나저나 잘 자! 내 방에는 영국식 세면대가 있는데 문은 안 닫히네. 어쨌든 그건 장려할 만해. 영국식 세면대 말이야. 그건 곧 진보니까!”
“그는 니힐리스트예요.” 아르카지가 다시 한번 말했다.
“니힐리스트.” 니콜라이 페트로비치가 중얼거렸다. “그건 무(無)라는 뜻의 라틴어 니힐에서 나온 말이구나. 내가 판단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렇다. 그러니까 그 말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거냐?”
“‘아무것도 존중하지 않는’이라고 말해야지.” 파벨 페트로비치가 동생의 말을 받아치고는 다시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죠.” 아르카지가 지적했다.
“똑같은 것 아니냐?” 파벨 페트로비치가 물었다.
“아뇨, 똑같지 않아요. 니힐리스트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훌륭한 화학자는 그 어떤 시인보다 스무 배는 더 유익합니다.” 바자로프가 끼어들었다.
“그렇군요!” 파벨 페트로비치가 웅얼거렸다. 그는 막 잠들 것처럼 눈썹을 살짝 추어올렸다. “그렇다면 당신은 예술도 인정하지 않겠군요?”
“돈 버는 기술을 말하나요, 아니면 그까짓 치질을 고치는 기술을 말하나요?” 바자로프는 경멸조로 비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