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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버지니아 울프 (지은이), 이미애 (옮긴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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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64706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5-08-11

책 소개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서사 양식을 실험하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펼친 버지니아 울프. 1917년부터 1941년 사이에 울프가 쓴 단편들을 엄선한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이자 ‘의식의 흐름 기법’을 연 버지니아 울프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서사 양식을 실험한 스물세 편의 단편들

“그리고 이제는 결코 애도할 수 없으리, 결코 애도할 수 없으리.
서서히 얼룩진 세상의 오염으로부터.”


▶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우리는 모두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받았다. ─ 마거릿 애트우드

▶ 울프의 글에는 어떤 정신의 투명함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간과할 수 없다. ─ T. S. 엘리엇

▶ 울프의 문장은 거울 속 무한한 반영처럼 펼쳐진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울프는 내 안의 바다를 말하게 만든 목소리다. ─ 실비아 플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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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자유 꿈꾸며 서사적 실험을 이어간 모더니스트
버지니아 울프의 언어 실험의 결실들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서사 양식을 실험하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펼친 버지니아 울프. 1917년부터 1941년 사이에 울프가 쓴 단편들을 엄선한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장편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단초가 되는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 시리즈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새 드레스」, 「함께 그리고 외따로」, 「동류 인간을 사랑한 남자」 등을 비롯한 스물세 편의 엄선한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울프는 「벽 위의 자국」에서는 처음으로 자유 연상에 따른 ‘의식의 흐름’을 시도했으며, 「큐 식물원」에서는 인상주의적 화폭을 글에 담아 낸다. 「단단한 물체」에서는 인간이 외적 사물에 심리적으로 지배되는 과정을 묘사했으며, 「쓰지 않은 소설」에서는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를 즐긴다. 「밖에서 본 여자 대학교」에서는 여성의 자립과 계층의 문제를, 「어떤 모임」에서는 남성의 지적 허영을 풍자한다. 「유산」은 울프의 마지막 단편 소설로 자전적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이다. 20세기 뛰어난 비평가이자 혁신적인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당대의 가장 발랄한 상상력과 섬세한 문체’를 지녔다고 평가받았으며, ‘여성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서사적 실험을 이어간 모더니스트이다. 울프는 클라이브 벨, 리턴 스트레이치,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이끌었으며,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더불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어간 실험적인 작가이다.

울프에게 삶의 리얼리티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고, 일상적인 사건에서 순간적으로 의식에 각인되어 진실이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경험을 뜻한다. 울프가 종종 사용한 ‘존재의 순간’이라는 표현은 제임스 조이스의 에피파니(epiphany, 어떤 사물의 의미나 본질을 직관적으로 통찰하는 순간)와 마찬가지로 리얼리티를 포착하여 숨겨진 의미를 직감하는 강렬한 순간을 뜻한다. 울프는 작품에서 그러한 순간을 포착하려 했으며, 이런 의미에서 울프의 단편들은 제각기 존재의 순간을 그려 냈다고 말할 수 있다. 울프가 “당대의 가장 발랄한 상상력과 섬세한 문체”를 지닌 작가라는 평판을 얻었던 것은 초기에 발표된 단편 소설을 통해서였다. 울프는 1917년부터 1925년 사이에 장편 소설 세 편과 에세이집 한 권, 많은 평론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스물다섯 편의 단편 소설과 스케치를 썼다. 대단히 생산적인 이 시기에 울프의 단편 소설들은 서술 기법을 실험한 시험대였고, 그 기법들은 장편 소설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되었다.

■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 시리즈와 후기 단편들

울프는 첫 번째 실험적 소설 『제이콥의 방』을 출간한 직후 ‘집에서 또는 파티’라고 불릴 다음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짧은 책은 “각각 독자적으로 완결되지만 어떤 식으로 결합될 예닐곱 개의 장(章)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이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이었다. 이 단편을 쓰면서 화자가 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가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떠오르는 대로 제시하는 법을 처음으로 발견했으므로, 이 작품은 울프의 발전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도약대가 되었다. 이 단편을 끝낸 후 울프는 독자적인 장들을 쓰려는 계획을 미뤄 두고 『댈러웨이 부인』(1925)을 집필했다. 이후 울프는 ‘파티 의식(the party consciousness)’을 탐구하고 싶다고 언급했고,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를 배경으로 한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을 신속히 집필했다.(「새 드레스」, 「함께 그리고 외따로」, 「동류 인간을 사랑한 남자」, 「요약」 등) 이 단편들에서 울프는 파티에 참석한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묘한 심리적 긴장 상태를 그려 낸다. 그들은 화합과 교감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자기 중심성이나 불안정한 자아로 인해 소통의 실패와 소외감과 단절을 경험한다. 파티가 현대의 파편화된 인간의 불안정한 의식을 노출하는 무대가 된 셈이다.

1925년 이후 울프는 단편 소설을 많이 쓰지 않았고, 장편 소설을 쓰는 동안 압박감을 덜기 위해 간헐적으로 집필했을 뿐이었다. 「존재의 순간: 슬레이터네 핀은 뾰족하지 않아」는 『등대로』를 완성하는 동안에, 「거울 속의 여인: 하나의 상(像)」은 그다음 장편 소설 『파도』를 집필하면서 기분 전환 삼아 썼을 것이다. 1930년대에 집필된 단편들 가운데 「사냥꾼들」 같은 작품은 실제 일화에서 탄생했고, 「공작 부인과 보석상」 같은 작품은 오래전에 작성해 두었던 원고를 수정한 것이다. 후기 단편들은 출세 지향적인 보석상이나 자기 가문의 몰락을 고소해하는 노부인 등 등장인물들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은 울프가 쓴 단편 소설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비교적 전통적인 단편 소설부터 소설적 상념이나 실험적 스케치로 불릴 수도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에 천착한 인상파처럼 울프는 매순간 의식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드라마를 포착하여 숨은 의미를 그려 낸다. 그 결과 예리하게 벼려진 감각으로 일상적 삶의 단면을 조명하는 각각의 단편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무수한 시대의 어두운 격동을 거친 후 여기 터널의 끝에 빛이, 생명이,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밖에서 본 여자 대학교」의 주인공처럼 뜻밖의 계시처럼 드러나는 의미와 통찰을 발견할 것이고, 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보고로 남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글쓰기로 저항한 우리 시대의 전설, 버지니아 울프의 아름다운 언어 실험의 결실을 펼쳐 보자.

■ 수록작 소개

벽 위의 자국

이 작품에서 울프는 처음으로 ‘자유 연상’에 따른 ‘의식의 흐름’을 그려 내는 서술 양식을 시도했다. 이 단편은 이후 울프의 작품에 중요한 주제로 등장할 삶의 우연성이라든지 남성의 권위적 세계와 사회 계층의 문제, 휘터커 연감 같은 사회적 표준이나 규범의 문제, 소설에서 리얼리티를 제시하는 문제 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큐 식물원
이 작품에서 울프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꽃밭의 식물 및 달팽이를 대조적으로 묘사하면서 여름날의 풍경화를 그려 내고, 대기와 빛과 그림자, 색깔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상주의적 화폭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 커플이 드러내는 소통의 부재, 부조화와 거리감은 식물원을 거니는 다른 커플들에게서도 반복되며 일종의 패턴을 이룬다. 화자의 시점이 지표면과 공중을 오가며 전체적 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과수원에서」의 다양한 시점의 실험을 연상시킨다.

단단한 물체
이 작품은 비교적 전통적인 서술 방식으로 강박적 편집증을 그려 낸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유리 조각을 파낸 존은 모양과 색깔이 흥미로운 유리 조각을 수집하며 서서히 편집증에 빠져들고 현실 세계와 멀어지게 된다. 한낱 유리 조각이나 쇳조각에 불과한 것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매료되는 과정은 인간이 외적 사물에 어떤 속성이나 염원을 투사하며 그것에 심리적으로 지배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쓰지 않은 소설
이 작품은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를 즐기는 울프를 보여 주는 듯하다. 여기서 화자는 「사냥꾼들」과 에세이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열차 안에서 마주친 인물을 소재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간다. 화자는 인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나름의 추측으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다가 잘못된 해석이라고 배척하기도 한다.

유령의 집
아주 짧은 단편에서 울프는 유령 이야기 장르의 관습을 전도한다. 유령들이 찾으려는 보물이 “가슴속의 빛”인지를 묻는 마지막 문장은 신선한 충격을 가하며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어떤 모임
이 작품에서 울프는 종래 소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여성들의 교류와 관계를 그리며 남성의 지적 우월성을 풍자한다. 울프는 소설가 아널드 베넷이 당시 신문에 발표한 여성의 지적 열등성에 대한 글에 강력한 반발로 여성에 관한 논문을 구상하고 있다고 1920년 9월 일기에 썼다. 논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단편은 베넷의 주장에 대한 반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월요일 또는 화요일·푸른색과 초록색
울프는 자신의 단편 소설에 대해 “거칠게 분출된 자유, 불분명하고 우스꽝스럽고 인쇄에 부적절한 소리의 외침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두 쪽도 안 되는 짧은 단편 「월요일 또는 화요일」과 「푸른색과 초록색」은 특히 그런 성격을 드러낸다. 유리 조각의 초록색은 자유로운 연상에 의해 열대 우림과 사막, 대양을 지나 밤이 되면서 푸른색으로 나아간다. 다양한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겹치면서 의미와 연상이 쌓이는 시적 산문이 만들어진다.

현악 사중주
이 작품에서 울프는 음악이 미치는 감정적 영향을 시적 언어와 인상주의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에 사교적 대화를 나누면서 불안한 내부 독백이 이어지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바뀌고 음악에 영감을 받은 이미지들과 정교한 이야기들이 솟아오른다. 산문은 음악의 상태에 이를 수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울프는 음악에 감응하여 그 상태로 나아가려는 마음의 능력을 보여 준다.

밖에서 본 여자 대학교
이 작품은 여성의 자립과 계층의 문제를 제기한다. 앤절라는 주위의 여학생들과 달리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여성에게 선택권이 거의 없는 가부장적 사회에 살고 있음을 예리하게 의식하며 중압감을 느낀다. “무수한 시대의 어두운 격동을 거친 후 여기 터널의 끝에 빛이, 생명이, 세계가 있다.”라는 직관적 깨달음은 이 시적인 단편에 상징적인 여운을 더해 준다.

과수원에서
이 작품은 “미란다는 과수원에서 자고 있었다.”라는 동일한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이미지와 모티프, 관점이 각각 다른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의 지배적인 모티프는 소리이고, 두 번째 부분은 미란다의 내적 독백과 상상에 초점을 맞춘다. 세 번째 부분은 미란다를 둘러싼 자연 세계, 과수원의 사과나무와 새 들을 묘사한다. 동일한 풍경을 여러 관점에서 조망하는 이 실험적 단편은 이른바 문학적 큐비즘(입체주의)을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한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리와 빛, 색채, 바람을 떠올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느낌을 창조한다는 사실에서 ‘인상주의적’ 그림을 그려 낸다고 말할 수도 있다.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장갑을 사러 길을 나선 클래리사는 본드가를 걸으며 동급인데 마치 오라비처럼 굴던 휴를 만난 후 생각한다. 그러니 여자들이 어떻게 남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겠어? 이 특이하고 깊은 본능이 어딘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지. 클래리사는 정치에 대해, 중년에 대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서점과 경마장과 궁을 지나치고, 장갑을 파는 상점에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만난 여인이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산 울프는 작품 안에서 장갑, 이브닝 드레스, 브로치 등과 같은 소재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억압과 제재의 분위기를 비판하고, 여성만이 포착할 수 있는 예리하고 섬세한 감각과 시선으로 내적 독백에 가까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새 드레스
주인공 메이블 워링은 열등감으로 인한 불안정한 자아에 시달린다. 그녀는 노력과 비용을 들여 새 드레스를 장만했지만 사교계의 유행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신이 부적합한 존재라는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감에 실패한다.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사교계와 전혀 상관없이 유니폼을 입고 사회 운동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잠시 떠올리기도 하지만 댈러웨이 부인의 집을 나서면서 그녀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요약한다.

함께 그리고 외따로
이 작품은 자기 중심적인 두 인물이 의미 있는 소통을 이루지 못하는 장면을 그려 낸다. 사교계 여성들과의 교류로 인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로더릭 설은 자기만족과 자부심에 갇혀 있고, 루스 애닝은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 칩거하여 안정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캔터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내밀한 세계에 접할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중년의 두 사람은 곧 관성적인 자아의 세계로 돌아간다

동류 인간을 사랑한 남자
옛 동창을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파티에 초대받은 프리켓 엘리스는 중년의 법정 변호인으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파티에 참석한 유한 계층에 대해 반감과 경멸을 느낀다. 자신의 미덕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오키프 양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표방하며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에서 프리켓과 일면 ‘동류’의 인물이다. 과시적인 자부심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므로 그들의 교류는 단절의 확인으로 끝난다.

요약
「요약」은 표면적으로 예의 바르게 교류하는 사람들도 감정적, 지적 간극으로 인해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버트럼 프리처드는 존중받는 문관이지만 말이 너무 많은 코믹한 유형이다. 반면 자신감이 결여된 사샤 래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역사의 변천에 관한 상상의 나래에 빠져든다. 그녀는 의미 있는 통찰을 얻으려 하고 정원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다가 인간의 영혼은 “본래 짝지어진 적이 없는 천인조, 그 나무에 초연히 앉아 있는 새”라고 느낀다. 이 계시적 순간은 곧 파티장으로 돌아가려는 프리처드의 몸짓과 불명확한 비명 소리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다.

존재의 순간: 슬레이터네 핀은 뾰족하지 않아
이 작품에서 울프는 다층적인 시간과 여러 인물의 관점을 엮어 줄리아 크레이의 초상을 그려 낸다. 줄리아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패니 윌못은 줄리아가 독신으로 살기 위해 내렸을 결단들을 상상하며 점차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로 대가를 치르면서도 마지막 부분에서 줄리아의 모습은 의기양양한 승리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듯이 묘사된다. 그녀가 갑자기 패니를 포옹하는 장면은 다소 놀랍지만 울프 자신은 이 작품을 ‘작은 동성애 이야기’라고 언급하며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거울 속의 여인: 하나의 상(像)
이 작품은 「쓰지 않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화자가 사색에 잠겨 누군가의 삶을 상상으로 그려 내고 그 상상화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서지고 마는 이야기를 묘사한다. 이런 소설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상상력을 조롱하고 픽션의 창조자인 작가를 풍자하는 면도 있지만, 무의미하게 보이는 일상에서 보다 심오한 의미나 본질을 발굴하려는 창조적 마음을 극화하기도 한다.

사냥꾼들
이 작품은 열차에 탄 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고 전혀 다른 사실적 묘사로 끝나는 구도를 갖고 있다. 격자 안의 이야기에서 화자는 꿩 사냥을 상상하며 지주 계층 남자들의 특권과 호전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성을 암시하고 몰락해 가는 지주 사회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죽은 꿩들의 오그라든 발톱과 눈은 두 누이에 대한 묘사와 오버랩되면서 여성에 대한 경멸과 폭력을 시사한다.

래핀과 래피노바
이 작품에서 신혼의 로절린드와 어니스트는 함께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그 환상 세계를 통해 유대를 이어 간다. 어니스트가 그 세계에 싫증을 느끼고 현실 세계로 돌아갈 때 결혼 생활이 끝나고 마는 이 이야기는 인간이 자신에 대해서나 관계에 대해서 만들어 내는 허구가 삶을 이끌어 가는 강력한 힘이 있으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것임을 암시한다.

탐조등
이 작품은 2차 세계 대전 중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탐조등 훈련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파티에 참석하여 화려한 발코니에 모인 사람들에게 아이비메이 부인이 들려주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그려 낸다. 외진 습지에서 외로운 삶을 살았던 증조부의 이야기는 파편적으로 전개되며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허물고 사랑과 유산, 우주의 신비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유산
「유산」은 울프의 마지막 단편 소설로 자서전적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보다 전통적인 서사 방식으로 아내의 내밀한 삶의 진실을 알게 되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그려 내면서 자기 중심성과 자기만족의 허상을 주제로 다룬다.

목차

벽 위의 자국 7
큐 식물원 19
단단한 물체 30
쓰지 않은 소설 40
유령의 집 60
어떤 모임 64
월요일 또는 화요일 88
현악 사중주 90
푸른색과 초록색 98
밖에서 본 여자 대학교 100
과수원에서 106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111
새 드레스 127
함께 그리고 외따로 141
동류 인간을 사랑한 남자 152
요약 162
존재의 순간: 슬레이터네 핀은 뾰족하지 않아 168
거울 속의 여인: 하나의 상(像) 180
공작 부인과 보석상 189
사냥꾼들 201
래핀과 래피노바 215
탐조등 229
유산 237

작품 해설 251
작가 연보 263

저자소개

버지니아 울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 형식을 시도하고 완성한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 문화,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울프는 여성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서재를 드나들며 자유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1904년 『가디언』지에 익명으로 서평과 에세이를 기고하면서 문학계에 발을 디딘 그녀는 곧이어 사회 전반에도 관심을 보여 1910년에 여성 참정권 운동에 자원하기도 했다. 1917년에는 남편 레너드와 함께 호가스 출판사를 설립하여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T. S. 엘리엇, 캐서린 맨스필드,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저자의 도서를 펴냈다. 1935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유럽의 파시즘과 영국 내 군국주의에 의한 가부장제를 보고, 반전·반제·반파시즘적인 페미니스트 시각과 통찰을 담아내기 위해 ‘소설-에세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기도 했다. 울프는 평생 조울증, 두통, 환청 등 다양한 육체적·정신적 질병과 싸웠는데 이는 그녀의 문학적 자양분이 되었으나, 동시에 작가 자신의 영혼을 파괴해 갔다. 결국 세 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1941년 3월 28일, 레너드에게 작별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으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했다. 주요 작품으로 『출항』, 『등대로』, 『올랜도』, 『자기만의 방』, 『파도』, 『세월』, 『막간』 등이 있다. 『댈러웨이 부인』은 1923년 6월의 어느 화창한 하루 런던을 배경으로, 저녁에 열릴 파티를 준비하는 정치가의 아내 클라리사 댈러웨이와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셉티머스 워런 스미스가 이야기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계급·연령·국적의 인물이 어우러져 다층적인 서사를 만들어 낸 이 작품은 오늘날 울프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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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책 >
이미애 (옮긴이)    정보 더보기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3기니』, 『등대로』, 『런던 거리 헤매기』, 『지난날의 스케치』,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D.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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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목소리들. 그래, 목소리들. 말 없는 목소리들이 갑자기 깊은 만족감으로, 아주 강렬한 욕망으로 침묵을 깨뜨렸다. 아니, 아이들의 목소리로 신선하고 놀랍게 정적을 깨뜨렸던가? 그러나 정적은 없었다. 모터가 달린 버스들이 내내 바퀴를 돌리며 기어를 바꾸고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존?” 찰스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보며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포기하게 됐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네.” 존이 대답했다.
“하지만 자네에게는 이제 손톱만큼의 기회도 없네.” 찰스가 모질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 모퉁이를 도는 어머니들과 아들들을 본다. 당신, 당신, 당신. 나는 서두르고, 나는 따라간다. 여기는 바다가 분명하다고 나는 상상한다. 풍경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재처럼 어둑하다. 물은 중얼거리며 움직인다. 내가 무릎을 꿇는다면, 내가 그 의식을 치른다면, 그 예로부터의 익살을 부린다면, 그건 당신, 미지의 인물들, 내가 흠모하는 당신 때문이다. 내가 양팔을 벌린다면, 내가 포옹하는 것은 당신이고, 내게로 끌어당기는 것은 당신, 매력적인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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