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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91474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박혜진 김수영의 편집자들 ─ 『김수영 전집』 3판 출간기
이영준 보르쥬가 누구라고? ─ ‘보르헤스 전집’ 제작기
박경리 프랑스어로 먹고살기 ─ ‘밀란 쿤데라 전집’ 제작기
천정은 세계문학의 한가운데 ─ ‘세계문학전집’ 100번대 제작기
양희정 편집자의 우울과 회복 ─ 『한낮의 우울』 개정판을 내며
조아란 고전을 영업하는 비결 ─ 민음사 『인생일력』 제작기
김준혁 성공한 덕후의 연대기 ─ 이영도 작가와 함께한 23년
정은정 그림책 작가와의 작업 ─ 이수지 작가와 함께한 20년
김명남 두 번째 코스모스 ─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번역기
유진아 인문학을 디자인하기 ─ 인문잡지 《한편》의 디자인
1966~2021 55년의 시간, 55권의 책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책 만드는 일, 그중에서도 현존하지 않는 작가의 책을 만드는 일은 그의 문학을 자신의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 이외 무엇도 아닐 것이다. 가깝게는 문학성을 이해하는 가족이나 동료에서부터 멀게는 그와 오직 활자로 만났을 뿐인 독자들까지. 반대로 말할 수도 있겠다. 가깝게는 그를 오직 표현된 사유로만 만난 독자들부터 멀게는 그의 문학적 삶을 알고 있는 가족이나 동료들까지. 한 사람의 인생보다 책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건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 때문이다. 책을 통해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연결될 때, 그러니까 책이 영원의 다리를 건널 때, 그 책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난다. 편집은 영원의 다리를 놓는 일이고, 편집자는 불멸의 메신저다.
─ 박혜진, 「김수영의 편집자들」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한국어 판을 민음사가 처음 출판한 것은 1987년이다. 이 책 서문은 ‘보르쥬’라는 이름의 작가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푸코 자신의 사고방식을 전복하는, 너무나 놀라우면서도 우스꽝스런 사물 분류 방식이라면서 푸코는 보르쥬가 소개하는 중국 텍스트를 예로 든다. 그 책의 이름은 그 서문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 민음사 편집자들은 모두 푸코가 말하는 그 책이 『산해경』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황당무계한 상상 세계의 극단을 달리는 『산해경』은 1985년에 민음사에서 출판되어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푸코가 몰랐던 것을 민음사의 편집자는 알았지만 『말과 사물』의 번역자가 ‘보르쥬’라고 번역한 작가의 이름을 ‘보르헤스’로 정정하지는 못했다. 이 보르쥬 에피소드는 한동안 호사가들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 1980년대 후반 우리 사회에서 보르헤스라는 이름의 작가가 얼마나 생소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이영준, 「보르쥬가 누구라고?」
출간 임박. 막바지에는 책 표지 글을 승인받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었다. 쿤데라는 자신의 작품에 해설이나 번역 후기가 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고할 해설이 거의 없는 가운데 표지 뒷면과 날개에 들어갈 글을 써야만 했는데, 최대한 절제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를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해 표지 디자인 시안과 함께 쿤데라에게 보냈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굉장히 긴장했던 것 같다. 그의 편집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평가받는 것만 같았으니까. 오래 걸리지 않아 답변이 왔다.
“이렇게 훌륭한 책들을 보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기쁨이네요. 고마워요.”
─ 박경리, 「프랑스어로 먹고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