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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3749230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01-28
책 소개
목차
차례
서문 스승을 찾아 떠난 먼 길
1 잊힌 배움과 잊지 못할 배움
2 당신의 기대는 공정했나요?
3 너도 울어 본 적 있니?
4 다 내려놓고 놀게 되기까지
5 학생의 실패가 아니다
6 이제는 제자들이 부럽지 않다
7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객지
후기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느린 학생이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며,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는 학생. 내 나름의 생각과 경험이 있고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표현하는 일에 애를 먹는 학생. 이렇게 내가 교사일 때 만났던 느린 학생들의 마음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IPC로 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학생으로 살았던 16년 동안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곧잘 알아들을 수 있었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거리낌 없었다. 평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만 같아 세상에서 학생이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에 왔는데, 통렬한 첫 번째 배움은 내가 느린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 「느린 학생」
나는 잔뜩 긴장한 채 학생들과 거트루드 선생님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여러분처럼 아름다운 영어 문장으로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버벅거리거나 말이 엉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앞에 발표한 팀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야. 이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아. 우리 모두가 알지. 여기 혜선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니?”
선생님은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봐, 여기 네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어. 영어 말고 내용에 집중해라.”
선생님의 그 말은 힘이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첫 문장을 말했다.
“저는 경쟁에 내몰린 한국 청년들을 위한 인생학교 프로젝트를 준비했어요. 왜냐하면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 「이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아」
우리는 전쟁을 원했던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평화를 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쿠리에와 마사토는 내가 발표한 김구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마사토는 『백범일지』의 일본어 번역본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김구 선생의 의문의 죽음에 관해 쿠리에는 군국주의로 기우는 일본에 반대하다가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해 내기도 했다. 쿠리에는 이런 몇 달의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용기를 찾은 듯, 나와 또 다른 일본 친구 사치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표 준비를 시작할 무렵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 번의 밤을 함께 보내며 발표 준비를 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과 한국 입장을 들려주었고, 그들은 일본 정부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주었다. 발표 전날 밤 두 나라의 입장이 담긴 슬라이드를 함께 만들며 나는 두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조상과 정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함께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희들은 나의 희망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쿠리에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울음이었다.
─ 「일본 학생들과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