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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820421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0-06-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나는 수건을 집어들고 언 발을 녹이려 자쿠지로 향했다. 하지만 격자무늬의 휴식공간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한나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고, 순간 발이 시리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얼룩져 있는 붉은색의 무언가였는데, 마치 핏자국 같았다.
잘린 발 혹은 상처가 벌어진 무릎 같은 상상들이 한나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는 가운데 그 핏자국 근처에 정말 커다란 자국이 하나 더 눈에 띄었다. 한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건 바로 짓밟혀 으깨진 딸기였다! 누군가 규율을 깬 것이 분명하다. 플라스틱병이나 종이팩에 든 음료는 헬스장이나 수영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일반 음식은 오직 스낵바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격자무늬의 담벼락이 둘러쳐진 휴식공간은 각종 덩굴 식물과 야자수 나무로 장식되어 있어서 마치 열대 지방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 안은 바가 담벼락 바깥쪽으로 길게 이어 붙여져 있었는데, 일반 영업시간에는 직원이 한 명 들어가 그곳에서 물을 팔곤 했다. 바 앞으로 의자 6개가 조르륵 놓여 있었다. 이 자리는 사우나를 피해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안에서 뜨거운 김을 즐기고 있는 친구를 기다려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의자 중 몇 개는 넘어져 있었는데, 한나는 왜 아무도 이것을 바로 세우지 않았을까 의아했다.
바의 제일 끝쪽의 바닥에는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고, 한나는 얼른 달려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서며 차라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은접시였다. 마이크가 생일 파티에 가져갈 거라며 슈크림을 담아갔던 바로 그 쟁반. 그것은 뜨거운 열기도 잘 견딘다는 히비스커스 앞에 뒤집힌 채 떨어져 있었다.
끔찍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면 늘 그랬듯 뭔가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나는 쟁반의 한쪽 손잡이를 들고 어딘가 짓뭉개져 있을 슈크림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블루베리와 레몬 속이 한 데 뒤섞여 기괴한 초록색을 띄고 있는 끈적끈적한 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딸기와 바닐라 속이 뒤엉킨 덩어리도 발견됐지만, 초콜릿 슈크림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증조할머니의 초콜릿 푸딩만큼은 누군가 먼저 먹어버렸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데에 행복해야 할 한나였지만, 다른 두 종류 슈크림의 처참한 종말에 한나는 속이 미식거릴 지경이었다. 마이크 말로는 체육관에 있는 누군가의 생일이라고 했다. 한나는 그 체육관이 경찰서 체육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천국의 몸매였던 모양이다. 생일파티는 진즉에 막을 내린 것이 분명하고, 의자들이 쓰러진 것을 보아서는 파티객들이 무언가 화급히 자리를 뜬 듯했다. 이상한 일이다. 한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마이크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발이 여전히 시렸다. 한나는 뭉개진 슈크림들을 닦고 접시를 챙기는 건 나중에 하고 꽁꽁 언 발부터 녹이자고 생각했다.
자쿠지의 작동 스위치는 바 뒤에 있었다. 한나는 보온의 스위치를 켜고, 자쿠지 가동기를 켠 다음 물 아래 전등의 스위치까지 켜고 자쿠지로 향했다. 그리고 막 욕조에 발을 담그려는 찰나 물 아래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면 위에는 물 마사지 기능으로 인해 방울들이 맹렬하게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나는 그 알 수 없는 물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유심히 그 물체를 살펴보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건 바로 천국의 몸매에서 여자 코치들이 입는 빨간색과 검은색의 운동복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쿠지에 옷을 떨어뜨리고 간 건가?
사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한나는 불현듯 목 뒷덜미의 솜털이 삐쭉 솟아올랐다. 모이쉐가 무언가에 놀랄 때면 그러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두 발을 단단히 지탱한 다음 허리를 굽혀 물 안에 있는 물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단지 스판덱스가 아니라 무언가 단단하고, 물컹물컹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