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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46069893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0-11-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기
제1장 사회적 가치의 다차원적 구조 _박명규
제1부 사회적 가치와 시장경제
제2장 시장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기 _최정규
제3장 생존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 _김홍중
제4장 사회적 자본의 경제적 중요성 _김병연
제5장 데이터 경제 시대의 사회혁신 _강정한
제2부 사회적 가치의 한국적 실천
제6장 사회적 경제의 조건: 원주와 홍성의 교훈 _엄한진
제7장 창조성과 공공성의 긴장: 문화예술협동조합의 사례 _조형근
제8장 사회의 혁신과 세대의 역할 _이원재 A
제9장 지방정부의 사회적 가치 확산: 서울시의 의사소통형 정책 거버넌스의 사례 _이원재 B
제3부 사회적 가치와 다면적 사회혁신
제10장 공공가치 융합시대의 사회혁신 _장용석·황정윤
제11장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측정: 화폐가치 환산을 중심으로 _라준영
제12장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적정기술 _윤제용
제13장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 _한상진
나가기
제14장 시대적 전환과 사회적 가치 _이재열
책속에서
노동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즉 얼마 동안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했는지)과 노동강도(즉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의 노동을 지출할 것인지)일 것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은 계약이 가능하지만 노동강도는 계약이 불가능하기에(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지를 어떻게 계약할 수 있겠는가!), 노동계약은 당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완전 계약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렇게 계약이 불완전하게 되면 노동강도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되고, 당사자 간의 직접적 대면을 통한 해결이 불가피하게 되며, 이 해결은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노동지출을 늘이기 위한 고용주의 일방적 조치(기계의 도입이라든가, 성과급의 도입 등)가 가져올 결과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협력적 신뢰관계가 초래할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열광 그리고 동시에 그에 대한 적대감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반(反)-생존주의적 결단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존에만 급급한, 보신적(保身的) 가치에 복무하는, 오직 힘만을 추구하면서, 힘의 혜택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자들과 그들이 꿈꾸는 세계에 대한 경멸, 그리고 자신처럼 견고한 마음의 레짐과 투쟁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 환언하면 생존주의를 극복하고 넘어선 통치성에의 열망이 그를 한 시대의 정점에 올려놓은 민중적 환호의 근원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바로 그런 반-생존주의는 생존주의적 가치에 침윤된, 그런 가치를 주창하는, 그런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존재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진실(그들 자신이 생존주의자에 불과하며, 그들의 인생은 사실, 그것을 덮고 있는 허위의 장막을 걷어내고 나면 결국 생존을 향한 열망과 자기보존 본능을 향한 질주에 다름 아니었다는 사실)의 폭로였을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저신뢰 사회를 고신뢰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앞서 예에서와 같이 신뢰를 높이는 데는 경제주체들이 타인을 신뢰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믿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시민적 이기심(civilized self-interest)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든 경제주체가 동시에 불신보다 신뢰를 택하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개인이 갑자기 행동을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아래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정부와 기업의 선도적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