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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47501859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5-08-2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편집장 모프에게 지원자 둘이 누구인지 대충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주 잘 알았다. 훗날 내가 복직해서 아기 맡길 사람을 알아볼 때와 같은 정성으로 내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물색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일이 아기처럼 배 속에서 태동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틀림없이 내 일부였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고 가끔은 화도 치밀었지만, 재미있고 진행 속도가 빨랐다.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다만 능력 있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일이었다. 모프의 명령을 잘 수행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1년이 지나면 꺼져 줄 여자를 찾아야 해.
나는 직장에서 점점 더 한가해졌다. 기사를 써달라는 요청도 없고, 회의에 참석할 필요도 없으며, 기획안 회의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모프의 짧고 예측할 수 없는 관심 범위에서도 벗어났다. 늘 다음 유행을 다루는 업계에서 나는 한물간 유행이 된 기분이었다. 다시 잡지 속 초록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매기를 바라봤다. 오로지 청바지에 진청색 스웨터만 입는 대부분의 패션 에디터들과 달리 여성스러운 옷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을 강조하기 위한 사진이었다. 처음 매기의 기사가 실린다는 걸 알았을 때 목구멍에 날카로운 유릿조각이 박힌 듯한 느낌이 든 건 그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도 내게 그걸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치욕적이던지! 몸집이 커질수록 난 점점 더 투명 인간이 되네.
모프의 마지막 ‘위하여’는 문가에서 시작돼 파도타기처럼 안쪽으로 번지며 부산한 분위기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뒤를 돌아봤고, 그 중심에는 옅은 갈색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고 다시 건배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늦었다. 패션 잡지사에서는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새로운 스타일이 늘 하나의 사건이다. 애초에 스타일을 뜯어보고 칭찬하기 위해 모인 여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길고 구불구불한 머리는 사라지고 끝을 일자로 자른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진갈색이던 머리카락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옅은 캐러멜색으로 바뀌었다. “매기, 아주 멋지네.” 내가 다니는 미용실에 다녀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