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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47542418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7-08-2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예쁜 가게에서 가장 특별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로잘리가 만든 소원 카드다. 출입문 오른쪽에 세워둔 회전진열대에 꽂혀 있는데, 루나루나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이다. 드라공 거리에서 여러 해 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소원 카드 덕분이었다. 루나루나의 소원 카드는 그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손님들의 사연을 담아 주인이 직접 만들어준다는 소문이 금세 나기 시작했다.
저녁에 가게를 닫고 나면 로잘리는 밤늦게까지 창가의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소원 카드를 만든다. 수작업으로 직접 뜬 종이라 끝이 매끄럽지 않은 정감 있는 카드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모든 카드의 사연이 다 이뤄지길 바라면서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날 잊지 마!’라는 파란 글씨가 적힌 카드엔 여행용 캐리어 두 개 사이에 선 자그마한 여인이 상대에게 큼지막한 물망초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구름 뒤에도 태양은 있다’라고 적힌 카드엔 귀여운 여자아이가 빨간 우산을 쓰고 잿빛 하늘아래 빗속을 걸어간다. 카드 맨 윗부분에선 작은 천사가 태양을 공 삼아 놀고 있다. 또 다른 카드엔‘난 아주 어릴 때부터 네가 여기 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어’라고 적혀 있고, 들판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서 작은 인형이 민들레 홀씨를 불고 있다. 흩날리는 씨들은 낱글자가 되고, 그 글자를 모아보면 ‘그리움’이란 단어가 된다.
지난 몇 년간 로잘리는 창의적이고 멋진 문구가 있는 카드를 수없이 그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든 소원 카드에 모든 손님이 만족했고,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에 큐피드의 화살이 꽂히는 소원을 이룬 고객도 많았다. 하지만 소원 카드를 그려주는 로잘리 자신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마다 생일이 되면 로잘리는 직접 그린 카드를 들고 에펠탑에 오른다. 704개의 계단을 올라가(그녀는 산을 좋아하는 부류
는 절대 아니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소원이 적힌 카드를 공중에 날린다. 소박한 희망으로 치르는 그녀만의 의식으로, 르네도 몰랐다. 로잘리는 작은 의식처럼 반복되는 자기만의 행동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그런 작은 의식들은 일상생활에 분명한
틀을 만들고 마음속의 혼돈을 정리해주며 삶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