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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49715599
· 쪽수 : 490쪽
· 출판일 : 2017-01-20
책 소개
목차
인간의 대지
첫 비행… 12
비행기… 43
비행기와 지구… 46
오아시스… 56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 62
사막 한가운데에서… 91
인간… 128
야간 비행
야간 비행… 149
어린 왕자
어린 왕자… 217
남방 우편기
제1부… 293
제2부… 309
제3부… 357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 393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469
생텍쥐페리 연보… 487
책속에서
잃어버린 동료를 대신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랜 벗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통된 그 많은 추억, 함께 당한 그 많은 괴로운 시간, 그 많은 불화, 화해, 마음의 격동, 이러한 보물만큼 값어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우정들을 다시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참나무를 심었다고 오래지 않아 그 그늘 밑에 쉬기를 바란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것이다. 자기 탓이 아닌 것 같은 곤궁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자기 의지로 세상을 세우는 데에 이바지한다고 느끼는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인간들을 투우사나 노름꾼과 혼동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경이롭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것이 자기가 알고 들어간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면 빈곤이나 지나친 젊음의 표지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자살한 한 젊은이를 안다. 나는 그가 무슨 실연을 당했기에 조심스럽게 심장에다 대고 총을 쏘았는지 모른다. 무슨 문학적 유혹에 빠져 손에 흰 장갑을 끼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 초라한 연극을 보고 숭고하다는 인상보다는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그 얼굴 뒤, 이 인간의 두개골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다른 아가씨와 비슷한 어떤 어리석은 아가씨의 영상을 빼놓고는.
그러나 나는 고독을 안다. 3년 동안 사막에서 산 덕분에 나는 그 맛을 잘 안다. 거기에서는 광물성 풍경 속에서 스러져 가는 젊음이 도무지 슬프지 않다. 오히려 거기에서는 자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세상이 늙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들은 열매를 맺고, 땅은 밀을 싹트게 하고, 여인들은 벌써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가니 빨리 서둘러 돌아가야 할 것인데…… 세월은 흘러가도 먼 곳에 붙들려 있다. 그리고 세상의 부귀영화는 언덕의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