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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50921187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09-11-27
책 소개
목차
머리말… 금성으로 가는 남자, 화성으로 가는 여자
Ⅰ여자와 남자
1 어두운 유산 : 남자와 여자의 특성은 어디서 시작됐는가?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간동물학|홍적세의 사랑|안개 속의 다리
2 경제적인 섹스? : 유전자는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가?
외팔이 천재|유전자의 신비|자본주의적 재생산
3 풍족한 때까치와 고집 센 개구리 : 과연 여자와 남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번식과 투자|남성의 욕망|여성의 욕망|비이성적 문화|문화가 우리를 빚어내는 방식
4 내가 보는 걸 당신은 볼 수 없어 : 여자와 남자는 정말로 다르게 생각할까?
재미난 책, 의심스러운 연구|성과 뇌|호르몬
5 성과 성격 : 제2의 본성은 우리를 얼마나 지배하는가?
젠더|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다!|사모아|자아개념
Ⅱ 사랑
6 다윈의 의혹 : 과연 사랑과 섹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 이유|다윈, 사랑을 말하다|사랑은 이기적인가?|사랑의 탄생|낭만적 '스팬드럴
7 복잡한 생각 : 왜 사랑은 단순한 느낌이 될 수 없을까?
욕정, 끌림 그리고 사랑|들쥐의 가르침|정서와 감정|사랑은 본능인가?|사랑과 탁자에 관하여
8 간뇌와 나 : 나는 내가 원하는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문화적 존재의 사랑|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사랑지도|현기증 나는 다리|사랑의 특별함
9 운명과 행위 : 사랑은 기교인가?
에리히 프롬, 시행정관과 사랑의 기술|몰아적 사랑|행복한 사랑을 위한 규칙?|자기애라는 특별 처방|사랑의 기술
10 당연하게 일어나지 않는 일 : 사랑은 기대로 이루어진 게임인가?
사랑이라는 발명품|서구 세계의 사랑|상처 입은 '주관'|똑같은 정서, 다른 사고|행정관의 사랑|기대의 기대| 사람을 사랑하는
Ⅱ 현대의 사랑
11 사랑과 사랑에 빠진 현대인? : 왜 사랑의 욕구는 날로 커지는데 만족은 줄어들까?
사랑의 자아실현|자아실현이 나쁜가?|과거 애착|사랑 찾기|사랑이란 종교
12 사랑을 사고파는 사회 : 로맨스를 소비하는 시대,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는가?
남들과 다르게|백만 인을 위한 낭만|섹스 과잉과 혼돈|동굴에서 벗어나는 출구
13 사랑의 가정 : 무엇이 남고 무엇이 바뀌었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가정|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정|엄마와 아빠|코끼리 가족
14 현실성 감각과 가능성 감각 : 왜 사랑이 그토록 중요할까?
스펜서의 꿈|혼란스러운 감정 처리방식|사각형의 악어|선상에서 받은 미소
리뷰
책속에서
생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성적 취향과 그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줄기차게 말해왔다. 그들은 성 취향이 지닌 진화생물학적 기능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누구와 만나고, 누구를 원하고, 누구와 짝짓기를 하고, 누구에게 애착을 느끼든 간에 그들에게 이것은 명백한 자연법칙에 따른 사건이다. 생화학과 유전학, 진화생물학이라는 생물학의 세 분야를 통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 설명이 갖는 매력은 실로 대단하다. 기계적인 진화의 위력은 우리를 충동질하여 사랑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 영원히 비합리적인 것 안에서 감추어진 논리를 찾아내어 우리의 기이한 행동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도록 만든다.
연구자들만 이런 것에 열광하는 게 아니다. 오늘날 수많은 과학저널리스트가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 '사랑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권위 있는 잡지도 '사랑의 코드'나 '애정의 법칙' 따위를 커버스토리로 다룬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슈피겔」은 2005년 '사랑을 하는 원숭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인간은 진화적 유산의 사슬에 묶이고 유전자와 호르몬의 독재에 조종당하며 본능적인 삶의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다"고 썼다.
사랑은 일간지나 주간지의 문예란을 장식하는 기삿거리에서 벗어나 과학 섹션의 딱딱한 주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론은 이제 과거에는 과학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간주되었던 분야에 대한 해석의 권위까지도 넘겨받았다. 진화생물학, 뇌과학, 호르몬 연구의 세 학문 분야에서 발표되는 수많은 과학적 연구 성과가 이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새로운 기사의 근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사랑의 코드는 완전히 밝혀진 걸까?
'진화심리학'은 이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 본성과 문화의 다양한 측면이 진화의 요구 속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남자는 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여자는 왜 주차를 잘 못하는지 설명하는 베스트셀러들은 대부분 진화심리학의 인식을 재미있게 버무려놓은 것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금은 독일에서도 확고하게 자리 잡은 소위 과학저널리즘은 한 술 더 떠서 한때 매머드 사냥꾼이던 우리 인간이 지금은 왜 도시에 살고 있으며, 우리 양복 안에 순록 가죽이 숨겨져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위를 진지한 어조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쾌락과 사랑은 인간의 번식에 기여하는 화학 현상이며,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인간의 무기력함이라는 어두운 면, 즉 유전자의 비밀스러운 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제에서 특히 어려운 문제는 사랑과 성sexuality이 거의 불가분의 관계로 뒤엉켜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버스는 600쪽 분량의 방대한 저서인『진화심리학』에서 180쪽을 인간의 성에 할애한 반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고작 2쪽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사랑은 애착 욕구의 실재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라고 말한다.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는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소위 인간적 '사랑'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메커니즘'의 설명으로 충분한가? 사랑이 자주 애착 욕구와 연결되는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와 하나로 결합되기를 강렬히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같은 합일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대를'사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로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음에도 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거나 예감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합되어 있어서 애착 욕구에 몸을 내맡기지 못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사랑의 기본 요소로 간주되는 행위들은 파트너에 대한 성적·경제적·감정적·유전적 애착을 드러내준다"라고 말하는 것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느슨한 주장에 불과하다.
또한 여기에는 왜 남녀 간에 사랑하는 감정이 존재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정신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학자들이라면 마땅히 사랑이 본래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버스의 책 어디에도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사랑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애당초부터 전제된 것"으로 취급한다. 인간 정신 안에서 다른 어떤 감정이 나 상념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인데도 말이다.
도킨스는 더욱 공격적인 언어로 "'생존 기계'는 유전자를 담는 수동적 그릇으로 출발했다. 그들은 유전자가 자기 경쟁자들과 벌이는 화학전에서 유전자를 보호해주는 방어벽 이상이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유전자 전쟁에 관한 도킨스의 이론은 20년이 넘도록 세상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이 옥스퍼드대학교 강사의 극단적인 전쟁 노래를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진화가 유전자들의 전쟁터라는 생각은 그 사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도킨스를 추종하여 쏟아져나온 수많은 대중문학작품이 인간을 유전자 괴물로 해석하는 데 열을 올렸다. 대단히 사실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는 이런 새로운 시각에 대한 열광과 도취 속에서 도킨스에 대해 제기된 많은 현명한 반대의견이 소리 없이 묻히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제 그의 이론을 통해 인간과 인간문화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였다.
지금 다시 보면 그 같은 열광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 지닌 약점을 발견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은 동물과 인간의 실제 생명이나 공동생활과는 별다른 관계도 없었다. 이론에서 설득력 있게 비쳤던 내용이 실제에서는 전혀 사실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킨스의 주장이 옳다면 동물계든 인간에게든 언제나 가장 우수한 유전자만이 살아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생산의 기회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개체도 여전히 살아남아 번식하고 있다. 도킨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눈에 띄는 매력적인 암컷과 짝짓기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암컷이 최대한 많은 수의 자녀를 낳으려는 노력을 포기한다고 내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지 못하고 불발에 그치고 말까? 짝짓기와 재생산에 대한 자발적 포기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동성애도인간과 동물한테서 모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