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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50966942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4-10-0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가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그녀가. 다 채운 담배 개비를 양 손바닥 사이에서 층층이 비빈다. 녹색 옷 사이로 드러난 육중한 갈색 팔. 그녀의 몸은 더욱 육체적이다. 탁자 또한 침대에서 멀리 있는 듯하다.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 그녀가 여기로 온다면, 내 살갗에서 그녀의 살갗을 느낄 것이다. 기다림은 멋진 차원이다. 그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과 무언가가 가능한 어떤 것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과 상상할 수 있는 것. 이후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모든 것이 확장되고, 넓게 열린다. 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아직은 무한이 아니지만, 무한으로 넓어질 것이다.
“당신!”
무언가에 대해 나는 웃어야만 한다. 모든 것을 채울 것 같은, 그칠 수 없는 이 웃음은 뭘까? 어떤 이유에선지 웃음을 그칠 수 없다. 머리 위에서 번쩍인 것이 내 안에서 확장되고, 나 자신의 원초적이고 격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쫙 펴지고 벌려진 나의 입, 그리고 거기서 터져 나오는 포복절도. 그 안에 이미 모든 것을 제압하는, 내 모든 것을 제압하는 힘. 다른 것은 말하고 싶지 않고, 나 자신의 이런 이유 없는 폭소로 인해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바보 같은지. 이것은 내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것.
너에게
하지만 그새 잊어버렸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바로 나와 동일해져버렸다.
내가 원하지는, 전혀 그렇지는 않지만 그녀가 멀어지고 나면 나는 다시 그녀에게 오고 싶을 것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면, 그녀의 몸도, 그녀의 무게도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어쨌든 여기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말, 그리고 나는 다시 나 자신의 심연으로 추락했고, 나 자신을 잃었으나,
나는
그녀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