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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렐렘

세렐렘

나더쉬 피테르 (지은이), 김보국 (옮긴이)
arte(아르테)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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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렐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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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세렐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50966942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4-10-08

책 소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나더쉬 피테르의 소설. 감각과 사유의 최대치를 맛보게 하는 환각의 세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기존 소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과 두려움, 존재와 시간에 대한 고뇌를 시적으로 풀어낸 놀라운 작품이다.

저자소개

나더쉬 피테르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세기 헝가리가 낳은 가장 중요한 작가인 나더쉬 피테르는 부다페스트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에 노동자였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열여섯 살에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공금횡령 모략의 희생자가 되어 자살한다. 양친을 모두 잃은 뒤 어려운 생활을 하던 그는 기자였던 삼촌이 선물해준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저널리즘의 세계에 매료되었고, 19세부터 21세까지 저널리즘과 사진을 공부한다. 기자와 포토 리포터로 활약하다 소련의 체코 침공을 기점으로 기자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965년 문예지 《새로운 글쓰기(Uj Iras)》에 데뷔작을 실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삼은 이들 작품은 훗날 소설집 『미노타우로스(Minotauros)』(1997)에 수록된다. 1986년 12년에 걸쳐 쓴 대하소설 『기억의 책(Emlekiratok konyve)』을 발표하며 뛰어난 걸작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2005년에 완성한 대하 3부작 『평행 이야기(Parhuzamos tortenetek)』는 18년에 걸친 필생의 작업으로, 그의 문학적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더쉬 피테르는 전통적 이야기를 거부한 로베르트 무질과 마르셀 프루스트에 종종 비견된다. 나더쉬의 열렬한 옹호자인 수전 손택은 그를 ‘우리 시대의 토마스 만’이라 칭했고, 그의 작품을 피나 바우쉬와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비유하며 “가장 중요한 현대소설이자 우리 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이라 격찬하기도 했다. 나더쉬 피테르의 작품은 헝가리 검열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으나, 곧 천재적인 문학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에 번역되었고,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한 유럽문학상(1991), 도리스 레싱, 밀란 쿤데라,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이 수상한 라이프치히 도서대상(1995), 프란츠 카프카상(2003), 뷔히너 문학상, 산도르 마라이상(2006) 등 유럽 각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석권했다. 문화와 관련된 헝가리 최고 훈장인 코슈트상을 수상했으며(1992), 헝가리 문예원 회원(1993), 베를린 예술원 회원으로도 선출되었다(2006).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지적이고 세밀하며 강렬하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출처 : ⓒ Burger Ba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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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국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대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 데브레첸 대학에서 수학했고, 헝가리 외트뵈시롤란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렐렘》, 《장미 박람회》, 《도어》가 있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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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녀가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어떠한 접촉 없이 나에게 닿는 것이다, 그녀가. 다 채운 담배 개비를 양 손바닥 사이에서 층층이 비빈다. 녹색 옷 사이로 드러난 육중한 갈색 팔. 그녀의 몸은 더욱 육체적이다. 탁자 또한 침대에서 멀리 있는 듯하다.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 그녀가 여기로 온다면, 내 살갗에서 그녀의 살갗을 느낄 것이다. 기다림은 멋진 차원이다. 그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과 무언가가 가능한 어떤 것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과 상상할 수 있는 것. 이후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모든 것이 확장되고, 넓게 열린다. 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아직은 무한이 아니지만, 무한으로 넓어질 것이다.
“당신!”
무언가에 대해 나는 웃어야만 한다. 모든 것을 채울 것 같은, 그칠 수 없는 이 웃음은 뭘까? 어떤 이유에선지 웃음을 그칠 수 없다. 머리 위에서 번쩍인 것이 내 안에서 확장되고, 나 자신의 원초적이고 격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쫙 펴지고 벌려진 나의 입, 그리고 거기서 터져 나오는 포복절도. 그 안에 이미 모든 것을 제압하는, 내 모든 것을 제압하는 힘. 다른 것은 말하고 싶지 않고, 나 자신의 이런 이유 없는 폭소로 인해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바보 같은지. 이것은 내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것.
너에게
하지만 그새 잊어버렸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바로 나와 동일해져버렸다.


내가 원하지는, 전혀 그렇지는 않지만 그녀가 멀어지고 나면 나는 다시 그녀에게 오고 싶을 것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면, 그녀의 몸도, 그녀의 무게도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어쨌든 여기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말, 그리고 나는 다시 나 자신의 심연으로 추락했고, 나 자신을 잃었으나,
나는
그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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