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88952237071
· 쪽수 : 780쪽
· 출판일 : 2017-10-16
책 소개
목차
서문
연대기
제1장 축복과 저주_「신명기」
제2장 우연의 왕국_「에스더」
제3장 불편한 책 읽기_ 알렉산드리아의 필론 『율법의 해석』
제4장 인생의 선택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제5장 울타리를 세우며_『피르케이 아보트』
제6장 선택받음에 대한 문제_ 투델라의 벤야민 『여행기』, 예후다 할레비 『쿠자리』
제7장 하나님을 향한 생각_ 모세 마이모니데스 『 당혹자에 대한 지침』
제8장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삶_ 『조하르』
제9장 시온의 딸_ 하멜른의 글뤼켈 『체네레네』『회상록』
제10장 이단과 자유_ 바뤼흐 스피노자 『신학정치론』
제11장 두 개의 세상 사이에서_ 솔로몬 마이몬 『자서전』, 모제스 멘델스존『예루살렘』
제12장 파괴와 구속_ 브라츨라프의 나흐만 『랍비 나흐만의 이야기』
제13장 우리의 의지_ 테오도르 헤르츨 『유대인 국가』『오래된 새로운 땅』
제14장 새로운 시대의 시작_ 숄렘 알레이헴 『우유 배달부 토비에』
역자 후기
찾아보기
책속에서
이렇게 「신명기」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않는 일에 대한 집착이 유대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고, 잊힌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음을 알아차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른바 ‘유대인의 연속성(Jewish continuity)’에 대한 염려는 지금의 우리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며 그 기원은 「신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모세의 책망과 꾸지람으로 시작되는 「신명기」는 하나님을 직접 목격한 세대조차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암울한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있다. 어쩌면 하나님이 실재한다는 사실이 그만큼 감당하기 버거웠고 또 하나님에 대한 기억조차 그대로 가져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새롭게 발견된 「신명기」를 읽은 요시아 왕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요시아 왕과 사람들은 「신명기」가 예언하고 경고했던, 「신명기」의 가르침을 망각하는 일을 그대로 저지르게 된다.
「에스더」의 이야기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 책을 『구약 성경』의 다른 책들과 구별 지으며 또 현대의 독자들조차 읽는 즉시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책 안에 신앙을 통한 위안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에스더」 역시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유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들이 겪었던 유혹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유대인들은 조국을 떠나 낯선 곳으로 끌려온 사람들이며 낯선 이름을 부여받고 때로 아주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르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적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조상들의 관습을 버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 「에스더」에서는 하나님이 개입해 어려움에 빠진 유대인들을 구해주지 않는다. 대신 아주 우연에 가까운 행운이 여러 번 계속된다. 이런 행운을 통해 에스더와 그의 삼촌인 모르드개는 페르시아 제국에 살고 있던 모든 유대인들이 몰살을 당할 뻔한 사건을 막아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요세푸스는 고대 역사가라는 자신의 자유로운 위치를 이용해 자신이 다룬 주인공 중 한 사람인 헤롯 대왕의 증손자 헤롯 아그리파 2세의 입을 빌어 자신의 처연한 감상을 전하고 있다. 아그리파 2세는 로마 제국의 동맹자이자 중동 일부 지역을 다스렸던 유대의 왕이다. 『유대 전쟁사』 제2권을 보면 아그리파는 예루살렘에 모인 분노한 유대인들에게 장황한 연설을 통해 로마 제국에 저항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에게 그대들 홀로 항거할 생각인가? 싸울 병사는 어디 있고 무기는 또 어디 있는가? 로마가 지배하는 바다로 나설 함대는 어디 있으며 군자금은 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아그리파는 유대인들에게 현재 모든 민족과 국가들이 다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대들이 갈리아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며 게르만 사람들보다 더 강력하고 그리스 사람들보다 더 지혜로운가? 아니면 그런 모든 민족들을 합친 것보다 더 그 숫자가 많은가? 도대체 무슨 확신을 가지고 로마 제국의 위세에 도전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은 결국 아그리파가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로마에 저항하는 일은 결국 재앙의 전조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2,000년이 지난 지금 로마 제국은 역사의 한 흔적으로만 남았고 아그리파가 경고를 보냈던 그 도시는 다시 한 번 유대인 국가의 수도가 되었다. 그 2,000년 동안 조국을 잃고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던 일도 있었지만 동시에 놀라운 종교적 창의성과 온 국민의 인내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 인내심은 CE 66년의 반란을 통해 나타난 신앙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대 전쟁사』가 보여주는 신앙의 힘은 파괴와 창조 모두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요세푸스가 제시하는 의문은 누가 우리의 존경을 받을만하냐는 것이다. 영광스러운 죽음을 향해 달려간 유대인인가 아니면 동포들에게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호소했던 유대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