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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4246244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4-10-30
책 소개
목차
제13장 집
제14장 자유
제15장 아리안느
제16장 심연
제17장 오리온
제4부 패트릭
제18장 반항
제19장 익명의 협박
제20장 맥스
제21장 나는 여전히 소시오패스
제22장 공범
제23장 투명인간
제24장 Killer Queen
제25장 나는 누구인가
에필로그 : 새로운 사랑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파티 후 몇 주가 지난 어느 저녁,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문틈으로 밖을 살피고 입이 떡 벌린 채 문을 열었다.
데이비드가 초조한 듯 웃고 있었다. “네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모험해 보기로 했지.”
나는 거세게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고 우린 거의 넘어질 뻔했다.
“어떻게 온 거야?” 내 숨결이 데이비드의 목에 닿자 그가 웃었다.
“좀 멍청하지만, 차를 몰고 왔어.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을 챙겨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러서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너 때문에.”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내게 몇 없는 꿈이 눈앞에서 실현됐다. 순간 예전의 모든 감정이 되살아났다. 무감각은 산산조각이 났다. 데이비드의 따뜻한 품과변함없는 표정은 내가 항상 돌아가야 할 고향이었다.
적응기의 어색함은 없었다. 우리는 줄곧 함께해 온 것 같았다. 하룻밤 사이에 나는 독신 미혼 여성에서 누군가의 반쪽이 되었다. 급격한 변화였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누구나 하는 식의 연애를 해 본 적 없었다. 성급하게 뭘 결정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내겐 사생활, 비밀, 원칙 등이 소중했다. 그래서 집만은 나만의 성역으로 두고 싶었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를 찾아온 바로 그 순간부터 그와 함께 지내기 위해 모든 걸 다 바꾸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 집
데이비드는 곧 새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했고 나는 계속 아빠 밑에서 일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직장에 대한 데이비드의 예상도 옳았다. 업무량이 얼마나 많은지 그를 집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평일에는 늦은 밤까지, 때로는 주말 내내 회사에 틀어박혀 일했다. 나는 생활의 급격한 변화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처음 몇 개월 동안 나는 데이비드를 완벽하게 내조했다. 밥 먹듯 야근하는 그를 위해 저녁이면 도시락을 싸 들고 멀리 있는 그의 직장까지 달려가서 밥을 함께 먹었다.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을 봐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가 걸려 와도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불만이나 의견이 있어도 혼자서만 간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견뎌내기가 힘들어졌다.
“지금 나랑 장난해?” 어느 날 밤 데이비드가 전화로 또 야근한다고 말하자 폭발했다. 이번 주만 벌써 세 번째였다. “또 야근이라고?”
“패트릭, 정말 미안해. 정말 막 문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샘이 회의를 소집하더라고.”
샘은 데이비드의 상사였는데, 사회성도 없고 융통성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별로인 인간이었다. 샘보다 더 싫은 사람은 손꼽을 정도였다. 불쾌함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나는 생크림 그릇을 주방 조리대 위에 큰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방금 후식까지 다 만들었어. 키 라임 파이야. 좋은 재료를 찾느라 시내를 다 뒤졌다고.” 거칠게 한숨을 쉬었다. 목소리는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냥 오늘은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 안 돼? 회의에 못 들어가겠다고? 딱 한 번인데?”
“한번 말은 해 볼게.” 그가 전화를 빨리 끊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샘이 다음 주 신제품 출시에 대해 걱정이 많아서…… 그러니까 일주일만 더 고생하면 돼. 일주일만 지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약속할게.”
--- 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