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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52241122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파우스트의 고뇌
파우스트, 악마와 계약하다
젊어진 파우스트, 그레트헨을 사랑하게 되다
파우스트, 그레트헨과 영원히 이별하다
제2부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파우스트』를 찾아서
책속에서
“아, 철학과 법학과 의학, 게다가 신학까지 온갖 학문을 깊이 연구했건만 나는 여전히 이 꼴이구나. 아, 천하의 바보. 나는 조금도 지혜로워지지 않았구나. 석사니, 박사니 하면서 벌써 10년 이상 학생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지만 결국 우리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구나.
물론 다른 자들보다 내가 똑똑한 건 사실이지. 의혹에 시달리지 않고 지옥이나 사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하지만 나는 즐거워할 줄을 몰라. 게다가 사람들을 선도하기 위해 무언가 가르칠 자신이 전혀 없어.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니 이런 꼴로 살아가는 건 개도 마다할 거야.
나는 한때 세상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마법에 몰두하기도 했지. 이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을 알 수 있기를 갈구했어. 하지만 그건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지.
오, 둥근 달빛아! 네가 나의 고뇌를 내려다보는 것이 오늘로 마지막이었으면! 깊은 밤 잠 못 이루고 얼마나 자주 너를 기다렸던가. 아, 너의 사랑스러운 빛에 실려 산봉우리를 거닐 수 있다면! 정령들과 어울려 산속을 떠돌고 초원을 떠돌 수 있다면! 온갖 학문이 피워내는 자욱한 안개를 걷어내고 네 이슬 속에서 건강하게 목욕할 수 있다면!
아, 하느님은 생동하는 자연 한가운데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나는 왜 이런 답답한 곳에 갇혀 있단 말인가! 그래, 도망가자! 떠나자! 드넓은 바깥 세계로 나가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하나면 충분하다.”
“좋습니다. 우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당신의 하인이 되어 성심껏 봉사하겠소. 대신 이 계약을 글로 써주시오.”
“까다롭게 굴기는! 남자의 말은 황금과 같다고 했는데! 그래, 이 악령아, 어떻게 해줄까? 청동에 새겨주랴? 대리석에 박아주랴? 아니면 양피지, 종이 어디다 써주랴? 철필로 해줄까, 끌로 해줄까?”
“뭐 그리 열을 내며 야단법석이시오? 작은 종이 한 장에 피 한 방울이면 될 것을.”
“좋아, 나는 이제 시간의 회오리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돌진한다! 고통과 쾌감, 성공과 불만이 어지러이 교차하는 곳으로! 나는 기쁨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나는 도취경에 빠져보고 싶다. 지극히 고통스러운 쾌락을 맛보고 싶다. 사랑에 눈먼 증오, 통쾌한 분노에 빠져 보고 싶다. 하찮은 지식을 향한 열망에서 벗어나 온 인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다 맛보련다. 지극히 높은 것과 지극히 깊은 것을 내 정신으로 붙잡고, 인류의 행복과 불행을 내 가슴에 쌓으련다. 내 자아가 인류의 자아가 되어 인류와 함께 몰락하련다.”
그러자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했다.
“원, 신에게만 허락된 것을 꿈꾸다니! 암튼 기운을 내시오.
생각 같은 건 다 집어치우고 곧장 세상 속으로 뛰어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