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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241252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사랑의 포로가 되다
토미 트래들스와 미코버
이어지는 불행
제8장
최고의 행복
런던에 온 고모할머니
불안한 나날들
제9장
열정의 날들
도라를 사랑한다는 것
위크필드와 우라이아
도라의 고모들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제10장
신혼생활
에밀리 소식
제11장
뜻밖의 편지
꿈을 이룬 페거티 씨
제12장
대폭발
다시 그때를 돌아보며
제13장
폭풍우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제14장
아그네스
내 앞길에 빛이……
에필로그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찾아서
책속에서
정말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나는 미칠 듯이 도라 스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비현실적인 존재였다. 그녀는 선녀이자 요정이었다. 그 누구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면서 꿈에 그리던 존재였다. 단숨에 나는 심연에 빠져버렸다. 그 깊이가 얼마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었으며 뒤를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나는 그냥 그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도라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한 채, 나라는 존재 전체가 그 깊은 대양 속에 빠지고 말았다.
이윽고 고모할머니가 차를 다 마신 다음, 옷 주름을 조심스럽게 펴더니 입술까지 닦은 후 입을 열었다.
“트롯, 너 마음 단단히 먹고 독립할 수 있겠니?”
“물론이지요. 언제든지 그러고 싶어요.”
“그럼 얘야, 오늘 밤 내가 왜 이 짐들 위에 걸터앉아 있는지 알겠니?”
나는 짐작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가진 게 이것뿐이기 때문이란다. 얘야, 나는 파산했단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 집과 우리들이 모두 한꺼번에 강물 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해도 이보다 더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밤 9시나 10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바쁜 몸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몸이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도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확신 덕분이었다.
나는 생활 태도도 바꾸었다. 가능한 한 절약하는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이다. 머리 기름도 절약해서 발랐고 향수는 일절 쓰지 않기로 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가장 아끼던 세 벌의 조끼도 팔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