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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5559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탑의 둥근 내부
길이 어긋나는 방향
강의 깊은 중심
별이 휘어지는 속도
몸의 환한 통로
발문 ‘탑의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일 뻔했던 글 _한은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의 죽음은 연이 깊이 묻어둔 기억 하나를 불러냈다. 연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수납장 맨 아래 있는 상자에서 편지 한 통을 찾아냈다. 이십 년 전 그가 바간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답신을 보내지 않았으므로 결과적으로 그 편지는 그와의 마지막 교신이었다. (……)
연이 조문 장소로 택한 곳은 병원의 장례식장이 아니라 미얀마의 바간이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자신의 쉰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여행지로 다른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바간에 남겨둔 선물을 찾아와야 했다.
“정말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 딱 좋은 장소네요.”
일몰에 따라서 하늘과 평원과 숲과 탑과 강이 묘한 빛깔과 윤곽으로 일어섰다 기울어지고 합쳐졌다 흩어졌다. 왠지 초연해지고 그 무엇이라도 한껏 받아들일 수 있는 은밀한 장소였다. 이제껏 꽉 움켜쥐고 살던 것들을 허허롭게 놓아버릴 수 있는 곳. 지금 이 온도, 이 햇빛, 이 바람, 이 감정, 이 상태로 생이 끝나도 그리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이유로 틈이 벌어지고 그 균열로 구조물 전체가 깨질 수도 있는데, 왕은 대체 무슨 꿈을 꾼 것인지……. 그러나 곧 희는 벽돌 사이에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완벽함을 지향한 그의 의지만은 대단하다고 여겼다. (……)
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꿈 그리고 가장 거대한 미완…….”
희는 ‘꿈’을 ‘사랑’으로 바꾸어 중얼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