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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8444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09-01
책 소개
목차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
에세이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
해설 재생되는 사랑, 재생하는 이야기―김보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끔 그 애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게 기대어 왔으면 할 때조차 고집스럽게 혼자이기를 자처할 때요. 그런 면이 언니를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가파른 내리막길로 점점 사라지는 소애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그 밤에 떴던 달 모양도요. 방구석 어딘가에 잠자코 떨어져 있을 것 같은, 잘린 손톱 모양의 가는 그믐달이었어요.
언니. 언니는 거기서 어떻게 지내요?
_「달밤」
우리는 우리 가난을 안주 삼아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죠. 그날 소주가 왜 그리 달았나 몰라요. 술이 달면 늙은 거라면서요. 내가 언니 빈 잔을 채우며 그랬죠. 술이 써도 늙어. 술맛을 몰라도 늙고. 다 늙어.
그날 후로 한참 동안 언니를 만나지 못했어요. 전화를 걸어도 문자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언니는 종종 그렇게 사라지곤 했으니까. 세상에서 흔적을 지워버린 사람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불쑥 밥 먹을까, 하고 연락해오곤 했으니까요.
_「달밤」
언니를 알고 지냈다는 낯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미지근한 육개장을 떠먹으며 앉아 있었잖아요. 질긴 대파를 오래 씹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잖아요. 옆자리에서 언니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말들이 들려오는데, 하나같이 정확한 사실은 없고 무례하기 짝이 없어서, 가서 면전에 소주를 뿌리고 싶은 걸 참고만 있었잖아요. 분명했던 건,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언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거예요. 나조차도요.
_「달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