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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1717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2-01-10
책 소개
목차
조르주 페렉 선집을 펴내며 _5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_15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화가 목록 _101
조르주 페렉 주요 저술 목록 _108
역자 후기 _110
리뷰
책속에서
왜냐하면 퀴르츠가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속에 또하나의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수집가는 자신의 방에 앉아 안쪽 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시선의 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수집한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그린 또하나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속에는 정확성을 유지한 채 첫번째 복제, 두번째 복제, 세번째 복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캔버스 위에 미세한 붓터치 말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복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헤아릴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변형은 대부분 아주 미세한 세부 요소에서 일어났다. 가령 약간 손상된 모자의 깃털이라든가 두 줄 진주목걸이 대신 나타난 세 줄 진주목걸이, 리본의 색깔, 사발의 형태, 검의 손잡이, 샹들리에의 디자인 등등. 이러한 변형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했으므로 이들은 변형된 세부 사항의 가짓수를 정확히 헤아리고, 변형의 최초 증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헛된 노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관람 시간을 다소 조절하기 위해 조직위원회가 매우 엄격한 규칙을 부과했는데도 각종 통행허가증이나 자유통행증을 얻은 관람객 그룹이 점점 더 불어났으며, 이들은 관람시간 내내 그림에 코를 바짝 들이댄 채 열정적으로 메모를 하거나 부정확한 계산을 열 번씩 되풀이하곤 했다.
이 작품은 예술의 죽음을 나타내는 이미지이며, 자신의 고유한 표본을 무한히 반복하도록 운명 지어진 이 세계에 대한 거울과 같은 반영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박은 관람객을 극도로 격앙시킨 모사화와 모사화 사이의 미세한 차이들이야말로 예술가의 우울한 운명에 대한 최후의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작품에 나타난 이야기에 의해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이러한 차이를 통해 한순간이나마 예술의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척할 수 있고, 나열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인용을 넘어 영감을 분출하며 기억을 넘어 자유를 되찾는 척할 수 있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