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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35455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5-08-15
책 소개
목차
prologue
1│어느 우연의 도시
2│기차역에서
3│칠기 박물관 앞에서
4│뮌스터의 푸른 반지
5│츠빙어Zwinger에서
6│소금길, 그리고 다른 길들─멀고도 가까운 전쟁•
8│중앙시장과 옛 시청
9│대성당과 그 주변
10│루드게리 거리와 쾨니히 거리에서
11│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1
12│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2
13│아호수에서
14│쿠피어텔에서 프라우엔 거리
epilogue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밥은 잘 정돈된 혼돈을 뜻한다. 김밥에 말려진 재료들은 강, 바다, 들판에서 온 것들이다. 채소, 어묵, 햄, 그리고 간을 한 밥. 이 모든 것들은 소금에 섞이면서 혼동을 갈무리하며 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김밥은 소금이 몰고 오는 혼동이 자물린 차가운 시간을 뜻한다. 소금을 친 음식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운 시간 속, 소금은 그냥 널브러져 있다가 음식이 차가워지면 진면목을 드러낸다. 절여진 시간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 얼마나 짜고 쓴지 우리는 알지만 그 유혹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삶의 짠맛을 보기 위해 우리는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자주 목이 막히고 떠나오던 기차역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데도 말이다.
뭘 그려?
그냥…… 네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소녀 앞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꽃이 가득 핀 마당에 서 있는 작은 집을 그렸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분주하게 오가며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여자들을 그렸고 여자들 앞에서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을 그렸다. 작은 구름 같은 연기가 나오는 굴뚝을 그렸고, 그 옆으로 날아가는 새를 그렸다. 그림 그리기를 마치자 소녀는 나에게 말했다.
창문 앞에 호두나무 한 그루도 그려줘.
왜?
겨울이 오잖아, 다람쥐도 먹을 게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