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38777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5-12-25
책 소개
목차
서문|골대 안에 서 있는 시인
가을 이미지-조영서
가을 저녁의 시詩-김춘수
가을 햇볕-고운기
가정식 백반-윤제림
강의 안쪽에서-전동균
개봉동의 비-오규원
거지의 노래-김영석
경주 남산-이하석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송찬호
고향-장대송
공백이 뚜렷하다-문인수
과수원-이재무
구름-김수복
구천동九天洞-박태일
국립중앙도서관-고영민
그 꽃의 기도-강은교
기러기의 시詩-낙동강洛東江 12-이달희
기억해내기-조정권
길-류근
까치밥-이희중
꽃-이덕규
꽃다발-자크 프레베르
꽃은 언제 피는가-김종해
나는 늙으려고-조창환
나무들 5-김남조
나방-박형준
나비-김사인
나비의 문장-안도현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박연준
나의 노래-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냇물에 철조망-최정례
노래-엄원태
놋세숫대야-김선태
눈-이선영
느낌-이성복
다리 우에서-이용악
담론痰論-윤성학
담장-박용래
대관령행 완행버스-김창균
돌에-함민복
동안-이시영
들풀 옆에서-박재삼
뜻밖의 만남-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만추-고찬규
맨드라미-이병일
멀리 와서 울었네-정은숙
메아리-마종기
명기明器-이문재
모닥불-백석
모자-장철문
목수와 소설가-김용범
못을 뽑으며-주창윤
무논의 책-이종암
무밭에서-이상국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신경림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손택수
물음-천양희
바람의 씨-김재혁
바위꽃-정호승
반나절 봄-도광의
밥 생각-김기택
밥숟갈을 닮았다-최승호
밥해주러 간다-유안진
벼루를 닦으며-이근배
별-이병기
봄-이성부
봄날-도배일기 18-강병길
비-황인숙
비에도 그림자가-나희덕
빈집-김선우
사과 한 알-홍영철
사월 비-이제하
산속의 가을 저녁-왕유
새를 기다리며-전봉건
새우젓-윤후명
소금이 온다-김주대
소사 가는 길, 잠시-신용목
소월의 「산유화」-김소월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허난설헌
수면-권혁웅
수차-김중식
숲-정희성
슬픈 새-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최승자
시인은-이한직
심산深山-유치환
쓸쓸한 화석-이창기
아버지의 쌀-우대식
아지랑이-조오현
안개의 나라-김광규
어느 거장의 죽음-노향림
어디로?-최하림
억새풀-이윤학
옛날 국수 가게-정진규
옛날 사람-곽효환
오미자술-황동규
옹관甕棺 1-정끝별
요를 편다-장석남
우물 치는 날-정인섭
원두막園頭幕-김종삼
유혹-황지우
은행나무-박형권
이런 고요-유재영
이런 꽃-오태환
입적入寂-곽재구
장금도의 춤-박남준
저녁별처럼-문정희
저녁이 눈뜰 때-장옥관
저수지는 웃는다-유홍준
점집 앞-장석주
종소리-서정춘
좌복-이홍섭
죽은 나무-최창균
지게-김영승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박상천
지리멸렬-허연
창밖에는-정양
책을 읽으며-못에 관한 명상 35-김종철
침묵-유승도
튤립-김영남
파도는-오세영
판화-신덕룡
폐점-박주택
풀 잡기-박성우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김민정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김수영
한 꽃송이-정현종
할머니의 새끼-신기섭
햇빛-이기인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밥 생각*
-김기택(1957~ )
흰밥이 내게 말하길 “밥벌레지?” 한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다 말고 문득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한다. 또다른 내가 말한다. “그래도 나는 사상을 가졌다. 나는 그따위 것에 연연할 소인이 아니다. 밥맛 좋다는 쌀이나 고르러 다니는 인간이 아니야……” 그러나 그런가? 사상은 밥에서 나오고 사랑도 밥에서 나오고 미래도 밥에서 나온다. 예의도 그렇다 들었다.
밥 앞에 위선자 아니기 쉽지 않다. 밥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 흔하지 않으리라. ‘코 아래 짐승’ 해결해주는 것이 근본의 정치였고 정치며 정치일 것이다. 배부르면 밥 생각, 눈 녹듯 사라진다. 귀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해와 달이, 바람과 산소가 다 공공의 것이듯 밥도 공공의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굶는 백성이 있다면 그건 나라도 아닌 것. 하하. 밥은 짓궂기도 하여라. 거지나 성자나 제왕이나 종이나 잡아당겼다 놓았다 한다.
*『바늘구멍 속의 폭풍』, 문학과지성사, 1994.
구름*
-김수복(1953~ )
사람 사는 일뿐이랴. 세상 만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 첫째가 먹고사는 문제요, 둘째가 사랑하는 일이겠다. 어쩌면 그 순서가 바뀔 수도 있겠으나 근원적으로는 그렇다. 그것 앞에 둘 것이 없다. 물론 자유自由의 선결 과제다. 그 이후의 일들은 각자 알아서 순서를 매겨서 하는 것이다. 배고픔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요, 사랑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다. 같은 점은 둘 다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어떻든 해결하고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중 사랑의 과정은 저 구름과 같아서 연緣이 닿는 물푸레나무 머리 위에 앉고 해바라기 씨처럼 꿈을 여물리다가도 격정이 일면 해일이 되어 ‘먼 섬 하나’를 들어올리기도 한다. 마침내 그리운 이의 맘속에 들어가 무지개도 되어 보지만 끝내 서러운 강물로 눕고 만다. 그 흐름이 곧 ‘사랑’이다. 저 강물에 누웠던 사람, 몸과 몸을 통과해가던 살肉들, 다시 또다른 뭉게구름 되어 흘러올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운수납자雲水衲子가 아니던가.
*『외박』, 창비, 2012.